코로나로 오피스 공실률 치솟아
"올해 가격 14% 떨어질 수도"
중순위대출 받아 투자땐 큰 손실
미매각 물량 다시 팔기 힘들어
투자 원금도 못 건져 부실 우려
경쟁적 인수의 부작용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가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타임스스퀘어 호텔들의 객실 이용률은 작년 말 93.6%에서 지난 7월 말 18.7%까지 떨어졌다. 부동산 서비스업체 CBRE는 올해 글로벌 오피스 부동산 가격이 14%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경고음이 울리자 금융감독원은 5월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20개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액은 2017년부터 3년간 23조1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9조610억원어치가 셀다운(재매각)에 실패해 증권사들이 안고 있다. 증권업계는 장기 투자용으로 인수한 부동산을 제외한 약 7조~8조원을 미매각 자산으로 보고 있다. 미매각 부동산은 미분양 아파트와 비슷한 개념으로, 증권사들이 인수해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투자자를 찾지 못한 물량이다.
주요 미매각 부동산으로는 △미래에셋대우의 마중가타워 △NH투자증권의 투어에크호 △하나금융투자·대신증권 CBX타워 △한국투자증권 브로드웨이195 빌딩 △삼성증권 크리스털파크 등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기준 증권사별 미매각 규모는 미래에셋대우(2조5602억원), 하나금융투자(1조2032억원), KB증권(9050억원), NH투자증권(8994억원), 한국투자증권(7818억원) 등이다. 메리츠증권(7326억원), 삼성증권(4147억원), 신한금융투자(4418억원)도 규모가 큰 것으로 집계됐다.
원금 손실 가능성
미매각 부동산이 부실자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원금 손실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특히 국내 증권사의 또 다른 해외 부동산 인수 방식인 지분형(equity) 투자는 리스크가 더 높다는 지적이다. 차입금 상환 우선순위가 선순위→중순위→후순위→지분형 순이기 때문이다. 선순위 투자자가 매각 대금을 먼저 챙겨가면 국내 증권사가 많이 속해 있는 중순위 투자자들은 제대로 회수할 수 없다. 후순위와 지분 투자자는 원금을 전부 잃게 된다.
한국은행과 신용평가회사들도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한은은 ‘2020년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해외 부동산은 유동성이 낮고 시장 상황 악화 시 자산 매각 등 빠른 대처가 어려워 부실이 누적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3대 신용평가사는 해외 부동산 투자 등을 이유로 증권사의 신용등급을 내리기도 했다.
미매각 해외 부동산은 다시 팔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투자자들은 ‘매각이 안 된 물건’보다 ‘신규 물건’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정상화되더라도 8조원에 달하는 미매각 부동산은 잠재적 리스크로 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사, “특수한 상황일 뿐”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큰 위험은 없다고 해명했다. 삼성증권은 “파리 크리스털파크와 덴마크 DSV물류창고는 우량자산으로 재매각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메리츠증권 등은 투자 대상 대부분이 환금성이 높고, 선순위가 많아 회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은 “당사 인수물은 주로 핵심지역의 우량 임차인을 보유해 실제 가격 하락은 없다”며 “사실상 손실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일부 증권사는 장기투자한 자산도 미매각으로 분류됐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는 “2조5602억원 중 2조원에 달하는 규모를 자기자본으로 보유하고 있어 단기매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셀다운에 성공해 미매각 자산이 800억원으로 줄었다”고 했다.
일부 증권사는 미매각 물량을 리츠(REITs)에 편입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NH농협리츠운용은 프랑스 파리 에코타워(300억원), 미국 뉴욕 195브로드웨이빌딩(200억원), 핀란드 헬싱키 OP파이낸셜빌딩(200억원)을 NH프라임리츠에 편입하려다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