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 S&P500 기업의 수익이 9.2%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금까지 뉴욕증시 상승을 이끈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이익이 세금 때문에 줄어들면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증시 주도주가 바뀌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 리서치를 인용, 바이든 후보의 기업 조세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순이익이 10% 이상 감소할 업종으로 IT, 통신, 소비재를 지목했다. 통신 분야 기업들은 평균 12%, IT 기업들은 10~11%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바이든 후보는 △최고 법인세율 21.0%에서 28%로 상향 △세율 15%의 기업 최저세금 신설 △미 기업이 해외에서 올린 수익에 적용하는 세율 10.5%에서 21.0%로 인상 등을 골자로 하는 기업 조세 공약을 내놨다.

그동안 S&P500 기업 평균보다 낮은 실효세율을 적용받았던 IT 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에 적용된 세율은 평균을 밑돌았다. 하지만 해외에서 올린 수익에 대한 과세율이 두 배로 뛰면 IT 기업의 세금 부담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기업은 평균적으로 매출의 60.3%를 미국에서 올리지만 IT 기업들은 43.5%에 그친다. 그만큼 세율이 21%로 뛸 해외 수익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세제 개편으로 미 IT 기업의 이익이 줄어들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 IT 기업의 이익 증가보다 주가 상승폭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IT 기업을 대신해 시가총액이 장부가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저평가된 가치주가 각광받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리사 섈럿 모건스탠리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기술주 비중을 축소하고 산업, 소재, 금융주 비중을 확대했다”며 “바이든 후보의 세제 공약 영향력이 업종별로 다르기 때문에 주도주가 바뀌는 순환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공약대로 세제 개편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분석도 제기된다. 민주당이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