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칼럼] '생계형 좌파'들의 가짜 공동체주의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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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우리 식구만 빼고…"
권력핵심 실세들이 드러내는
평등·공정·정의론의 허상
번지르르한 말만 가득한
'공동체팔이' 생계형 정치
이학영 상임논설고문
권력핵심 실세들이 드러내는
평등·공정·정의론의 허상
번지르르한 말만 가득한
'공동체팔이' 생계형 정치
이학영 상임논설고문
“제 삶을 사는 것인데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엊그제 미국행 출국 길에 내놓은 말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해외여행 자제령이 내려진 상황에 코로나 최대 위험국인 미국 여행을 강행하면서 그는 당당했다. “코로나가 하루 이틀 안에 없어질 것이 아니잖냐. 만날 집만 지키고 있을 수는 없다”는 말도 했다.
그가 간과한 게 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 대다수 국민이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누군들 ‘만날 집만 지키고’ 싶을 리 없건만 정부의 ‘외출 자제, 해외여행은 더욱 자제’ 지침을 묵묵히 따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안전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다. 강 장관 남편의 행동에 비판 여론이 들끓자 집권당은 발 빠르게 거리두기에 나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범여권인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는 “국민 모독”이라고 쏘아붙였다.
흥미로운 것은 강 장관 부부의 반응이다. “(여론의 질타가) 굉장히 당황스럽다”고 했다. 이렇게까지 지탄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한국 사회가 ‘노신사의 낭만적 일탈’을 받아들일 아량이 없다는 데 되레 섭섭해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보다 더 나쁜 짓을 저지른 권력층 인사가 수두룩한데 만만한 우리만…”이라는 억울함에 빠져 있을 수도 있다.
그럴 만도 하다. 한국인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교육과 군복무에서 자녀의 특권과 반칙 논란을 빚은 문재인 정부 인사가 하나둘이 아니다. 최근 나라를 뒤흔든 조국과 추미애 두 전·현직 법무부 장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죄질’로 보면 이들의 반칙 혐의가 훨씬 더 무겁고 심각하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20대 청년들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34%(1주일 전엔 50%)로 급락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은 이들을 감싸기에 바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호기로운 취임사와 함께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하루가 멀다고 빚어지는 ‘불공정’과 ‘특권’ 논란은 신물 날 지경이 됐다. 문제의 장본인이 ‘정의’ ‘공정’을 입에 달고 살던 자들이라는 사실은 국민들을 분노를 넘어 허탈에 빠지게 한다. 두 인사가 시민운동과 정치 활동을 하면서 외친 ‘공정’ 어록은 책으로 펴내도 될 만큼 차고 넘친다. 반대편 인사들의 행태를 준엄하게 꾸짖고 통렬하게 심판하기를 밥 먹듯 했다. 그랬던 그들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추적추(추미애의 적도 추미애였다)’ 따위의 유행어가 등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인 김홍걸 의원은 더 황당하다. 여태껏 이렇다 할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는 그가 막대한 재산을 숨기기 위해 공직자 재산 등록을 허위로 하고, 주택 임차인 보호법을 앞장서 주장하고는 자기 소유 아파트 세입자에게는 미리 전세금을 왕창 올려 받는 재주를 부렸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그가 무슨 요령으로 많은 재산을 거머쥐었느냐다. 이런 본질 문제로 의혹이 번질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 지도부는 그를 서둘러 당에서 제명하는 것으로 미봉했다. 언젠가는 밝혀내야 할 문제다. 그런 인물이 번지르르한 ‘어록’에 관한 한 조국과 추미애 못지않다. “아버지께서 ‘사리사욕을 좇지 말고 국익과 정의를 추구하라’고 말씀하셨다” “의롭지 못한 이익은 취하지 말고…” 따위의 말은 듣는 사람을 멀미 나게 한다.
문재인 정부는 3년여 전 출범하면서 ‘나’ 보다는 ‘우리’의 집단 가치에 기반을 둔 공동체주의를 표방했다. ‘평등’ ‘공정’ ‘정의’라는 레퍼토리를 틈날 때마다 외쳐댔다. 그런 정부의 핵심 인사들에 의해 “나만 빼고…”가 그들이 말하는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사회의 본모습임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자유보다 평등, 개인보다 전체라는 좌파적 가치가 허구적임을 온몸으로, 앞장서서 증언하고 있다. 프랑스 정치사회학자 레이몽 아롱은 “정직하고 머리 좋은 사람은 절대로 좌파가 될 수 없다. 정직한 좌파는 머리가 나쁘고, 머리가 좋은 좌파는 정직하지 않다”는 말로 좌파 가치의 허상을 폭로했다. 한국의 좌파들은 어느 쪽인가.
haky@hankyung.com
그가 간과한 게 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 대다수 국민이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누군들 ‘만날 집만 지키고’ 싶을 리 없건만 정부의 ‘외출 자제, 해외여행은 더욱 자제’ 지침을 묵묵히 따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안전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다. 강 장관 남편의 행동에 비판 여론이 들끓자 집권당은 발 빠르게 거리두기에 나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범여권인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는 “국민 모독”이라고 쏘아붙였다.
흥미로운 것은 강 장관 부부의 반응이다. “(여론의 질타가) 굉장히 당황스럽다”고 했다. 이렇게까지 지탄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한국 사회가 ‘노신사의 낭만적 일탈’을 받아들일 아량이 없다는 데 되레 섭섭해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보다 더 나쁜 짓을 저지른 권력층 인사가 수두룩한데 만만한 우리만…”이라는 억울함에 빠져 있을 수도 있다.
그럴 만도 하다. 한국인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교육과 군복무에서 자녀의 특권과 반칙 논란을 빚은 문재인 정부 인사가 하나둘이 아니다. 최근 나라를 뒤흔든 조국과 추미애 두 전·현직 법무부 장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죄질’로 보면 이들의 반칙 혐의가 훨씬 더 무겁고 심각하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20대 청년들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34%(1주일 전엔 50%)로 급락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은 이들을 감싸기에 바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호기로운 취임사와 함께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하루가 멀다고 빚어지는 ‘불공정’과 ‘특권’ 논란은 신물 날 지경이 됐다. 문제의 장본인이 ‘정의’ ‘공정’을 입에 달고 살던 자들이라는 사실은 국민들을 분노를 넘어 허탈에 빠지게 한다. 두 인사가 시민운동과 정치 활동을 하면서 외친 ‘공정’ 어록은 책으로 펴내도 될 만큼 차고 넘친다. 반대편 인사들의 행태를 준엄하게 꾸짖고 통렬하게 심판하기를 밥 먹듯 했다. 그랬던 그들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추적추(추미애의 적도 추미애였다)’ 따위의 유행어가 등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인 김홍걸 의원은 더 황당하다. 여태껏 이렇다 할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는 그가 막대한 재산을 숨기기 위해 공직자 재산 등록을 허위로 하고, 주택 임차인 보호법을 앞장서 주장하고는 자기 소유 아파트 세입자에게는 미리 전세금을 왕창 올려 받는 재주를 부렸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그가 무슨 요령으로 많은 재산을 거머쥐었느냐다. 이런 본질 문제로 의혹이 번질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 지도부는 그를 서둘러 당에서 제명하는 것으로 미봉했다. 언젠가는 밝혀내야 할 문제다. 그런 인물이 번지르르한 ‘어록’에 관한 한 조국과 추미애 못지않다. “아버지께서 ‘사리사욕을 좇지 말고 국익과 정의를 추구하라’고 말씀하셨다” “의롭지 못한 이익은 취하지 말고…” 따위의 말은 듣는 사람을 멀미 나게 한다.
문재인 정부는 3년여 전 출범하면서 ‘나’ 보다는 ‘우리’의 집단 가치에 기반을 둔 공동체주의를 표방했다. ‘평등’ ‘공정’ ‘정의’라는 레퍼토리를 틈날 때마다 외쳐댔다. 그런 정부의 핵심 인사들에 의해 “나만 빼고…”가 그들이 말하는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사회의 본모습임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자유보다 평등, 개인보다 전체라는 좌파적 가치가 허구적임을 온몸으로, 앞장서서 증언하고 있다. 프랑스 정치사회학자 레이몽 아롱은 “정직하고 머리 좋은 사람은 절대로 좌파가 될 수 없다. 정직한 좌파는 머리가 나쁘고, 머리가 좋은 좌파는 정직하지 않다”는 말로 좌파 가치의 허상을 폭로했다. 한국의 좌파들은 어느 쪽인가.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