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 확장비가 1억원을 호가하는 '부천 소사 현진에버빌' 조감도.
발코니 확장비가 1억원을 호가하는 '부천 소사 현진에버빌' 조감도.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아파트 분양시기 조차 잡기 어려워하는 현장이 있는 반면, 이를 핑계로 '꼼수 분양가'를 책정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분양가 6억원 수준의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1억원이 넘는 발코니 확장비를 제시한 건설사가 등장했다. 아파트에 발코니 확장이 필수가 된 시대에서 사실상 '분양가 올리기'라는 지적이다.

6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현진에버빌이 경기도 부천시 소사본동 212의 4번지에 공급하는 '부천소사 현진에버빌'의 발코니 확장비가 과도하게 책정되면서 예비 청약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아파트는 7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8일 당해 1순위 청약을 받는다.

전용면적 59~102㎡ 총 170가구로 구성된 이 단지의 분양가는 3억4500만~6억6200만원 선이다. 그러나 확장비를 평형별로 8657만~1억4113만원을 추가로 내야한다. 겉으로 걸어놓은 분양가 보다 실제 분양가는 20% 이상을 더 내야하는 셈이다.

사상 초유의 '1억' 발코니 확장비…꼼수 올리기

이 아파트는 전용 59㎡A형의 경우 분양가가 3억7990만원이고 발코니 확장비는 8657만원으로 실제 분양가는 4억6647만원에 달한다. 전용 81㎡A형 또한 분양가는 5억230만원이지만, 발코니 확장비는 1억857만원으로 실제 분양가는 6억1087만원에 이른다.
 '부천 소사 현진에버빌' 의 입주자 모집공고 중 일부. 발코니 확장비가 1억4000만원을 웃돈다.
'부천 소사 현진에버빌' 의 입주자 모집공고 중 일부. 발코니 확장비가 1억4000만원을 웃돈다.
분양업체 측은 발코니 확장비가 단순히 발코니만 넓힌 게 아니고 '통합 발코니 계약비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입주자모집공고문에 따르면 통합발코니계약 제공 품목은 발코니 확장, 신발장, 붙박이장, 시스템창호, 냉장고장, 김치냉장고장, 측면오픈장, 주방 상하부장, 장식장, 주방TV장을 포함했다.

이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와 같은 규제를 받지 않음에도 무리하게 가격을 책정했다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도 나온다. 추가선택품목은 입주자의 선택사항으로 분류된다. 분양승인 대상(분양가상한제 비대상)이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범위에서 제외되는 사항이다. 다시 말해 계약자의 현금이 고스란히 들어가야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통제를 심하게 받는 서울이나 수도권 어디에서도 많아봤다 발코니 확장비는 2000만~3000만원 수준(전용 84㎡ 기준)이다"라며 "지방 일부에서 5000만원이 나온 적은 있지만 수도권에서 1억원에 달하는 가격정책은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공공택지 발코니 확장비 세분화…청약 활황으로 '배짱 장사'

과도한 발코니 확장비용 사례는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민간아파트 분양에서 문제가 된 바 있었다. 분양가 상한제로 이익을 크게 남기기 어렵게 되자 건설사들이 발코니 확장비로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발코니 확장비 관련 규정을 세분화했다.

지난 3월부터 분양가 상한제 적용되는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방·거실·주방에 상관없이 똑같이 적용됐던 확장비는 방, 거실, 주방 등에 따라 차등화됐다. 예비 계약자들은 복잡해진 확장비에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확장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도 현진에버빌은 수요자들이 원치 않는 옵션까지 포함해 발코니 확장비를 1억원 이상으로 책정한 셈이다. 최근 서울 및 수도권에서 아파트 청약이 인기를 끌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건설사들이 발코니 확장비로 '배짱 장사'를 하는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는 이유다.
발코니 확장비용에 대한 불만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올라와있다. (자료 해당 화면 캡쳐)
발코니 확장비용에 대한 불만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올라와있다. (자료 해당 화면 캡쳐)
혜림건설이 지난 8월 서울 중랑구 면목동 공급한 '용마산 모아엘가'(159가구)도 5000만원에 가까운 발코니 확장비로 눈총을 샀다. 아파트의 전용 83㎡의 경우 분양가가 5억8720만원이었는데, 발코니 확장비는 4993만원이었다. 사실상 5000만원의 분양가가 추가되는 셈이었다.

이러한 배짱 장사가 통하는 이유는 청약을 통해 당첨되기가 어려워져서다. 발코니 확장비가 높건 아파트의 정확한 상태가 어떻건 일단은 청약을 하고 보자는 심리가 커졌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청약이 활황을 맞으면서 예전 같으면 눈여겨 보지도 않았을 아파트까지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당첨 후에 계약을 포기하면 불이익이 있고, 분양권 전매도 어려운 만큼 예비 청약자들은 분양가 외에 비용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과도한 발코니 확장 비용에 청와대 국민게시판에도 청원글이 잇따르고 있다. 예비 청약자나 계약자들 사이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지역은 통제를 받지만, 되레 비규제지역에서는 발코니 확장비가 과도하다는 게 불만이다. 한 청원자는 "정부 기관에서 관리되지 않는 옵션 가격은 결국 공급 가격 제한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며 아파트의 시세를 올리고 있다"며 "서민들의 대출 또한 늘리며 서민 부담과 경제 위기를 앞당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