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이른바 ‘앱 통행세’ 전격 도입 시기에 있어 인도에서만 예외를 두기로 했다. 인도 기업들이 거세게 반발하다 못해 자구책까지 마련하며 반(反) 구글 전선을 형성하자 구글이 일단 도입시기를 연기하면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의 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자사의 앱(애플리케이션) 장터인 플레이스토어의 수수료 확대 적용 시기를 인도에서만 2022년 4월로 결정했다. 반면 인도 외 다른 나라에서는 내년 9월 말(기존 앱 기준)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 앱은 내년 10월1일부터, 신규 앱은 1월20일부터 이 규정 적용 대상이 된다.

앱 통행세 논란을 일으킨 이번 규정 변경의 골자는 구글의 자체결제시스템인 인앱결제를 플레이스토어에 입점한 모든 앱에 의무적용하는 것이다. 현재는 게임앱 등에만 인앱결제가 의무다. 인앱결제 확대는 곧 모든 앱의 결제액 중 30%가 예외없이 구글의 수수료로 징수된다는 의미다.

구글의 규정을 놓고 인도 기업들은 강력 반발했다. 인도 스타트업 150여곳이 비공식적으로 연합을 형성, 구글에 대항하기로 했다. 인도에서 가장 가치있는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전자결제기업 페이티엠은 플레이스토어를 대체하기 위해 인도 토종 앱장터인 미니앱스토어를 선보였다. 페이티엠에 따르면 미니앱스토어에는 300개 기업이 앱을 등록했고, 사용자 수는 매달 1억5000명 이상이다,

페이티엠의 창업자인 비제이 샤르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독점권을 남용하는 거대한 고릴라(구글)에 맞서 싸우기 위해 언더독(약자)들이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글이 도박과 관련성이 있는 기업으로 페이티엠을 지목, 지난달 일시적으로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 조치했다. 이를 두고 인도 기업들 사이에서 구글이 독단을 저질렀다는 우려가 일었다.

구글이 몇 달이나마 인도에서 앱 통행세 전면 도입을 연기한 데에는 인도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실리적인 이유도 작용했다. 또한 인도는 정보기술(IT) 기업들에게 거대한 시장이기도 하다. 비록 시장 규모에 비해 아직까지는 수익성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발전 가능성이 크다. 구글은 최근 인도 최대 기업 릴라이언스 산하 지오플랫폼에 45억달러를 투자한데 이어 앞으로 5년 동안 인도에만 10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애플도 앱 통행세 논란에 휘말렸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수수료가 과도하다고 주장하며 대립한 끝에 소송전까지 벌이고 있다. 반 애플 전선에는 스포티파이, 페이스북 등이 합류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