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파견 직원 LA서 성추행…4개월째 징계 못한 외교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국 총영사관에 파견된 국가정보원(국정원) 직원의 성추행 사건에 대힌 징계조치가 4개월 넘게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의 국정원 눈치보기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7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외교부를 통해 LA 총영사관에 파견돼 근무하던 국정원 소속 직원이 지난 6월 말 영사관 내에서 계약직 여직원을 강제 성추행했음에도 4개월이 넘도록 특별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정원 소속의 고위공무원으로 LA 총영사관에서 부총영사급 직책을 맡아 근무하던 A 씨는 지난 6월 23일께 음주를 겸한 직원 회식 자리를 마친 직후 영사관 내에서 계약직 여직원 B 씨를 상대로 강제 입맞춤과 사타구니를 더듬는 등의 성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직후 B 씨는 경찰에 A 씨를 고소했고, 외교부는 7월 무렵 경찰로부터 수사를 개시한다는 통보를 받고서야 사건을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A 씨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외교부는 사건 발생 1개월 동안 사건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고, 수사 개시 통보를 받은 이후에도 A 씨에 대한 미온적 조사를 통해 징계 절차도 밟지 않는 등 외교부 지침에 따라 처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교부의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에 따르면 '외교부 장관은 행위자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법령에 의한 징계 등 제재 절차를 적절하고 신속하게 진행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측은 "아무래도 국정원 직원이다 보니 다루기 쉽지 않았다"라며 국정원에 대한 징계 논의가 원활하지 않았음을 내비췄다.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A 씨에 대해 외교부가 취한 조치는 경찰로부터 수사 개시 통보를 받고 10여 일이 지난 후인 7월 말에 A 씨를 국내로 복귀 조치한 것이 전부이며, 원 소속인 국정원으로 돌아간 A 씨는 현재까지 직무 배제 외 별다른 징계 없이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정원 LA현지 공관에서 문제 사실을 파악한 후 즉각 귀국 등 필요한 조취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조치할 계획으로 현재 해당 직원을 직무 배제 시켜놓고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성범죄나 금품 비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위 행위로 검찰이나 경찰, 감사원 등에서 조사나 수사가 진행될 경우 해당 기관장은 공무원을 직위해제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김 의원은 “뉴질랜드 성추행 사건에서 보듯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외교부 직원들의 낮은 성인지감수성 탓에 힘없는 계약직 여직원이 고통받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여직원의 성추행 사건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실세 국정원의 눈치를 살피는 듯한 강 장관의 직무수행 능력이 대한민국 외교부 수장으로서 과연 적임자인지 여부를 이번 국감에서 면밀히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