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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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등을 방문하면 길거리에서 과일을 팔 때 소금을 함께 주는 일이 많다. 소금을 뿌려 단맛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짠맛과 단맛은 다른 맛인데 소금을 뿌리면 과일의 당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몸 속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특정 단백질(SGLT1)에서 단서를 찾았다. 이 단백질은 세포로 포도당을 운반할 때 나트륨을 사용한다. SGLT1이 활성화되면 나트륨과 당분 섭취가 늘어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구 결과 이 단백질은 단맛에 반응하는 미각세포에도 있었다. 이 때문에 소금을 먹으면 단맛을 느끼는 신경이 더 빨리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이런 결론은 일본 도쿄 치대 연구팀이 올해 7월 국제 학술지 악타 피지올로지카에 공개한 논문을 근거로 내렸다. 일본의 생리학자인 야스마스 게이코씨 등은 실험용 쥐실험을 통해 설탕을 감지할 때 SGLT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개 음식의 맛은 혀에 있는 수용체 세포를 통해 느낀다. 단맛을 느끼는 데 영향을 주는 수용체는 T1R다. 이 수용체는 천연당과 인공 감미료를 모두 찾아낸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T1R가 힘을 쓰지 못하도록 하면 단맛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가설을 세웠다.

하지만 2003년 이런 가설은 틀렸다는 게 확인됐다. T1R 유전자를 없앤 실험용 쥐가 포도당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도쿄 치대 연구팀은 T1R이 없는 생쥐의 혀에 포도당과 소금을 문지른 뒤 신경 반응을 확인했다. 그 결과 포도당만 문지른 쥐보다 포도당과 소금을 함께 문지른 쥐의 신경이 더 빠르게 반응했다.

다만 이런 효과는 포도당에만 확인됐다. 사카린과 같은 감미료는 소금을 함께 먹어도 단맛에 대한 반응이 높아지지 않았다. 이들은 SGLT1 저해제를 사용하면 포도당에 대한 반응을 막을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연구 결과는 사람에게도 적용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소금에 절인 카라멜 음식이 인기있는 이유"라고 했다.

연구진은 단맛을 느끼는 세포에 세 종류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T1R이나 SGLT1을 하나씩 사용하는 세포와 둘을 모두 사용하는 세포다. 이 세포는 지방산에도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칼로리 높은 음식을 찾는 데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에밀리 리만 사우스캘리포니아대 교수는 "SGTL이 단맛을 찾는데 영향을 준다는 것은 반박할 수 없다"고 했다. 단맛을 느끼는 미각을 연구하는 연구진들이 소금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