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외교부가 2017년 발생한 뉴질랜드 대사관 성추행 사건 이후에도 재외공관 내 성추행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경화 장관은 재외공관에서 성비위 사건이 잇따르자 '무관용' 방침을 밝혔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주나이지리아 한국대사관에서 한국인 직원이 현지인 대사관 숙소 청소 메이드를 성추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행정직원 A씨가 공관 숙소를 청소하는 20대 현지인 메이드의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고 침대로 손을 잡아끄는 등의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는 내용이다.

충격을 받은 피해 여성은 자신의 지인을 통해 대사관 성 고충 담당관에게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현지 공관 측은 외교부 본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채 A씨가 자진 퇴사하는 선에서 사실상 사건을 마무리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에서도 파견된 국가정보원 직원 B씨가 성추행으로 고소당한 뒤 국내로 소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에 따르면, LA총영사관에 파견돼 근무하던 국정원 소속 고위공무원 B씨는 지난 6월 말 직원 회식 뒤 영사관 내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했고, 여직원은 사건 직후 현지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7월 중순쯤 경찰로부터 수사 개시 통보를 받고서야 사건을 인지했으며, 7월 말 A씨를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소속인 국정원으로 복귀한 B씨는 별다른 징계 없이 직무에서만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B씨에 대한 수사는 한국 경찰이 진행했으며, 경찰은 B씨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인 외교관에 의한 자국민 성추행 피해사실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정상간 통화에서 성범죄가 언급된 것은 사상초유의 일이다. 이후 외교부는 성비위 '무관용' 방침을 밝혔지만 개선된 것이 없는 셈이다.

황규환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부단한 노력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야할 외교부가, 오히려 잇따른 성 관련 비위로 국제적 망신을 초래하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강경화 장관은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무관용 원칙'을 이야기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걸리지만 말자'는 안이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