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서 잔뼈 굵은 은행원
재무분석·네트워킹 뛰어나
씨티은행에 입사하는 여성 구직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한국씨티은행이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유명순 수석부행장(사진)을 차기 행장으로 내정했다. 국내 민간은행 첫 여성 은행장이 탄생할 전망이다.
한국씨티은행은 7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2차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유 내정자는 이달 27일 열리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행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유 내정자가 은행장에 오르면 국내 민간은행 최초의 여성 은행장이 된다. 국책은행을 포함하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기업은행을 이끈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에 이어 국내 은행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유 내정자는 박진회 전 행장이 임기 만료 전인 지난 8월 갑자기 물러나면서 행장 직무대행을 맡아왔다. 한국씨티은행 임추위는 지난달 말 회의에서 유 내정자와 박장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대표 등으로 구성된 차기 행장 적격후보(쇼트리스트)를 추렸다.
한국씨티은행 모회사인 씨티그룹 전반에 ‘여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점에서 유 내정자의 ‘우세승’이 점쳐졌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마이클 코뱃 회장의 후임으로 소비자금융부문을 이끌던 제인 프레이저 회장을 선임했다. 프레이저 회장은 씨티그룹을 넘어 미국 은행 역사상 첫 여성 CEO로 꼽히는 인물이다. 씨티그룹은 인재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회사다. 그룹 내부에 여성위원회와 다양성 위원회 등을 두고 있다. ‘같은 능력이면 여성을 선택한다’는 게 인사 원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한국씨티은행은 여성 임원이 거의 없는 국내 다른 은행에 비해 여성 임원 비중이 월등히 높다. 임원 13명 중 5명이 여성이다. 유 내정자는 김명옥 전 부행장에 이어 사내 여성위원회의 2대 회장 역할을 맡기도 했다.
유 내정자는 기업금융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꼽힌다. 여성 파워가 강한 씨티은행에서도 ‘금녀의 영역’으로 꼽히던 분야다. 기업 재무분석과 네트워킹이 뛰어나 탁월한 실적을 올린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세일즈맨보다 어드바이저가 되자는 소신으로 열심히 일해왔다”고 말했다.
유 내정자는 씨티그룹의 CEO 육성 프로그램인 ‘핵심 인재 검토(talent review)’ 대상에 포함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은행의 전략 실천과 성장에 핵심이 되는 주요 보직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연수 프로그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 내정자는 내부에서 장기간 행장 후보로 육성돼온 인물”이라고 말했다.
유 내정자는 이화여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1987년 한국씨티은행에 입사했다. 입사 직후부터 기업심사부 애널리스트로 활동했고, 대기업리스크부장(1993년), 다국적 기업 본부장(2005년), 기업금융상품본부 부행장(2009년), 기업금융그룹 담당 수석부행장(2015년) 등 요직을 거쳤다. 2014년에는 JP모간-씨티은행 간 합작 프로그램에 따라 JP모간 서울 공동지점장을 맡기도 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