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위한 적격후보(쇼트리스트)로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등 5~6곳이 선정됐다.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유진그룹도 쇼트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7일 두산인프라코어 채권단과 사모펀드(PEF)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전날 저녁 예비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 가운데 5~6곳에 쇼트리스트 포함 사실을 통지했다. 예비입찰 과정에서 알려진 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국내 PEF인 MBK파트너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 3곳 외에 유진그룹, 이스트브릿지가 입찰에 들어와 쇼트리스트에 오른 것이 새롭게 확인됐다.

유진그룹의 유진기업과 동양은 국내 레미콘과 기초 건자재 분야 선두기업이다. 유진 측은 함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참여할 재무적 투자자(FI)를 찾기 위해 일부 PEF에 컨소시엄 구성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 출신 최동석 대표가 이끄는 중견 PEF 이스트브릿지 역시 복수의 전략적 투자자(SI)와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예비입찰에는 다른 중견 PEF 등 8곳 이상이 참여했으나, 예상 외로 인수전이 흥행하면서 낮은 금액을 써낸 일부 후보는 탈락했다.

굴착기 등 건설용 중장비를 제작하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약 4조원의 매출에 5000억원가량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초 판매가 부진했지만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경기의 빠른 회복 덕분에 최근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다. 올 상반기 중국 굴착기 판매량은 작년 상반기보다 10% 늘어난 1만728대에 달했다.

매각 전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던 FI와의 소송 문제로 인한 리스크는 상당히 제거됐다는 평가다. 두산그룹 차원에서 ‘패소하면 책임지겠다’고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과 (주)두산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결정한 사안은 아니지만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했다가 최대 1조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사라지면서 인수 후보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여건이 조성됐다.

인수 후보들은 다음주부터 실사에 들어간다. 매각 측은 이달 말 최종 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막판까지 두 곳이 경합했던 두산모트롤BG 매각 때처럼 이번에도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뽑은 뒤 한 번 더 경쟁을 붙이는 방식의 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시가총액은 1조8502억원(7일 종가 기준)이다. 이 가운데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지분 36.07%가 매각 대상이다. 시가 기준으로는 6500억원어치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고, 인수 후보들 간 경합이 거세지면 매각 가격은 1조원을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김리안/차준호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