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모습. /기획재정부 제공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모습. /기획재정부 제공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을 시작으로 2020년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막을 올렸다. 사상 첫 '거리두기' 국정감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정감사장 곳곳에 유리막이 설치됐다. 하지만 각 부처 장관과 의원들간, 여·야 의원간 공방은 유리막 너머로 이어졌다. 설전 와중에 벌어진 각종 해프닝을 모아봤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는 기재부 선후배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기재부 2차관 출신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재정준칙을 비판하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기재부 차관도 하신 분이 이처럼 지적하시는 게 의아하다"고 말한 것. 홍 부총리는 "재정준칙 산식에 대한 오해가 있다"며 "1시간이라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 등 재정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정한 규범이다. 지난 5일 기재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이 -3%를 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발표했다. 하지만 두 지표 곱셈 산식을 통한 보완책, 예외조항, 2025회계연도부터 적용 등으로 인해 '맹탕준칙'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류 의원은 "국가채무비율이 120%가 돼도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이 -1.5%면 (재정준칙 허용 한도인) 1 이하가 된다. 괴물 같은 산식"이라고 했다. 홍 부총리 발언 이후 류 의원은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왼손 선서'를 둘러싼 해프닝도 벌어졌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증인선서를 하면서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을 들었다. 이후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질의를 시작하면서 "장관님, 혹시 왼손잡이세요?" 하고 물었다. 조 장관이 "왼손잡이 아닙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국가공무원법 복무규정에 선서는 오른손으로 하도록 돼 있다. 2017년에 황찬현 감사원장이 증인선서를 왼손으로 했다가 처음부터 다시했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제가 무의식적으로 손을 잘못 들었다. 착각했다. 처음부터 다시 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 등의 만류로 선서를 다시 하지는 않았다.

▶해마다 국정감사장에는 '이색손님'들이 눈길을 끈다. 의원들은 질의 내용을 보다 쉽게 드러내기 위해, 혹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각종 소품을 활용하곤 한다. 앞서 국정감사장에는 떡볶이, '괴물쥐' 뉴트리아 등이 등장했었다. 올해 이색손님은 '자율주행 로봇'이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동차처럼 생긴 자율주행 로봇 '알티노'를 시연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미래차 산업 육성에 소홀하다"고 지적하면서다.

▶참고인으로 국정감사장에 설 뻔했던 '펭수'는 결국 출석하지 않게 됐다. 펭수 대리인인 EBS 펭TV&브랜드스튜디오는 국정감사 시작 전날인 지난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국정감사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사유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된 프로그램 제작이 출석 요구 당일 예정돼 있다"며 "펭수 캐릭터의 향후 국내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세계관의 일관성과 신비감이 지켜져야 하는 점을 널리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이어 "출연자 펭수 본인과 협의 하에 작성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캐릭터 사업 종사자들의 공정한 처우 등을 살펴보겠다며 펭수의 참고인 출석을 요청한 바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