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무원 사살했는데…종전선언 다시 꺼낸 문 대통령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만이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진정으로 보답하는 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만찬 화상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미국의 협력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양국이 협력하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게 되길 희망한다”며 “한·미 양국은 긴밀히 소통하고 조율해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조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이해하며, 신뢰 구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지난달 유엔총회 기조연설 이후 보름 만에 종전선언을 재차 언급한 것이다.

야당은 발끈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북한, 평화, 종전을 향한 대통령의 끝없는 집착에 슬픔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낀다”며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은 대답 없는 메아리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는 평화를 강조하는 대통령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종전선언을 이야기하면, 평화를 이야기하면 안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종전선언 및 한반도 평화 문제와 관련해 소모적 논란에 휩싸이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마음”이라고 반박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중요성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이 땅에서 전쟁 위험이 사라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국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엔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의 피격으로 숨진 상황에서 북한에 대해 유화적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이유다. 나쁜 행동을 했음에도 보상해주는 것은 그런 행동을 강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발표로 북한과의 공동조사 등 피격 사건을 해결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지난 6월 대한민국과의 관계를 대적 관계로 선언하고 지난달에는 공무원까지 피격했다”며 “이에 대한 해결 없이 종전선언을 얘기함으로써 우리 정부의 협상력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단계별로 과정을 밟았어야 하는데 북한의 어떤 행동에도 한국 정부는 유화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란 나쁜 사인을 줬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전선언은 북·미 양측 지도자의 협상을 통해 결정되는 ‘톱 다운’ 방식 해결책이다. 미국 민주당은 톱 다운 방식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박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을 때 협상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