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제한된 부양책' 던졌나 [주용석의 워싱턴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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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중 "1인당 1200달러 지원 단독 법안 어때?" 트윗
펠로시, "트럼프 원하는건 자기 이름 박힌 수표 보내기"
증시는 트럼프 트윗에 널뛰기
펠로시, "트럼프 원하는건 자기 이름 박힌 수표 보내기"
증시는 트럼프 트윗에 널뛰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밤 늦게 제한된 범위의 부양책을 지지하는 트윗을 올려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몇시간 초대형 부양책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9시54분에 올린 트윗에서 “하원과 상원은 즉시 250억달러의 항공업계 급여 지원과 소상공인을 위한 1350억달러의 급여보호 프로그램(PPP)을 승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이 두 가지는 지난 3월 통과된 3차 부양책 중 아직 집행되지 않은 자금을 이용해 지급될 것이라며 “즉시 서명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 두 가지를 하원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행정명령을 통해서라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10시18분에 또 다른 트윗을 올려 "재난지원금(1200달러)을 지급하는 단독 법안이 내게 송부된다면, 그 돈은 즉시 위대한 우리 국민에게 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당장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며 "듣고 있나, 낸시(펠로시 하원의장)?"라고 썼다.
이들 트윗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후 협상팀에 5차 부양책 협상 중단을 지시했다고 밝힌지 7시간 가량 지나서 나왔다. 다우지수는 협상 중단 소식이 알려지기 전 장중 200포인트 가량 오르다 협상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급락세로 돌변해 375포인트(-1.3%) 하락 마감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밤 중에 제한된 부양책을 지지하는 트윗을 올린 것이다. 이에 힘입어 6일 밤 다우지수 선물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어 7일 뉴욕증시는 급등했다. 다우지수는 종가 기준 530포인트(1.9%) 급등했다. 트럼프의 부양책 트윗에 증시가 널뛰기를 한 것이다.
시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항공업종과 중소기업 급여보호, 추가 재난지원금 지원 의사를 밝힌게 호재로 작용했다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당장 초대형 경기부양책 통과는 어렵지만 특정 부분을 타깃으로 한 제한된 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을 밀어올렸다는 것이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7일 CNBC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트윗에 대해 초대형 부양책 합의는 양측 이견이 너무 커 어렵지만 소규모 부양책이나 특정 분야를 타깃으로 한 제한된 부양책은 타결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제한된 부양책'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 민주당은 그동안 '포괄적 부양책'을 지지해왔다. 특히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주·지방정부 지원을 부양책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처음부터 포괄적 부양책이 어렵다면 일단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제한된 부양책부터 처리한뒤 이견이 있는 부분은 나중에 논의하자는 입장였다. 민주당이 요구해온 주·지방정부 전폭 지원엔 반대해왔다. 민주당이 코로나를 핑계로 방만경영을 해온 민주당 주·지방정부를 지원하려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협상 중단을 선언한 트윗에서 “낸시 펠로시는 형편없이 운영되고 범죄가 많은 민주당이 집권한 주(州)정부들을 위해 2조4000억달러의 부양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코로나19와 상관없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항공업종과 중소기업 급여보호 지원도 민주당에 대한 양보가 아니라 민주당이 두가지 지원책을 의회에서 처리하는데 협조하지 않으면 지난 3월 3차 부양책에서 집행되지 않은 돈을 전용할 수 있도록 행정명령을 동원하겠다는 '압박'에 가깝다.
당장 민주당에선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펠로시 의장은 7일 TV에 나와 "그(트럼프)가 협상에서 원하는 모든 건 그의 이름이 박힌 수표를 보내는 것이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