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의 모습. /사진=뉴스1
지난달 21일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의 모습. /사진=뉴스1
지난 8월 경상수지가 66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넉달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하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이른바 '불황형 흑자'의 결과다. 가계의 씀씀이가 줄면서 소비재 수입도 줄어드는 등 내수도 부진한 양상이다.

한국은행은 8월 경상수지 흑자가 65억655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8일 발표했다. 흑자폭은 작년 8월에 비해 35.1%(17억480만달러) 늘었다. 지난 4월 33억311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경상수지는 올해 5~8월 넉달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8월의 경우 경상수지 흑자폭이 증가세로 전환한 것은 상품수지(수출-수입) 증가폭이 커진 영향이다. 8월 상품수지는 70억1160만달러로 1년 전보다 51.4%(23억8070만달러)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출과 수입이 모두 전년 대비 기준으로 6개월 연속 줄었다. 지난 7월에 이어 8월에도 수출보다 수입 감소폭이 더 크게 줄면서 상품수지가 1년 전보다 크게 늘었다. 8월 수출은 406억6610만달러로 작년 8월에 비해 10.2%(46억6190만달러) 줄었다. 8월 수입은 336억5450만달러로 17.3%(70억426만달러) 감소했다.

수출(통관기준)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반도체 수출은 84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에 비해서는 2.9% 늘었다. 반면 자동차는 24억6000만달러로 11.4% 줄었다. 수출국별로 보면 미국과 중국 수출액은 55억9000만달러, 109억4000만달러로 각각 0.5%, 3% 줄었다. 서비스수지는 8억달러 적자였다. 적자 폭은 1년 전보다 7억6000만달러 줄었다.

불황형 흑자의 그늘은 수입 지표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외국에서 수입하는 밀가루, 설탕, 자동차, 가전제품 등 소비재 수입이 지난 8월 69억8000만달러로 3.7% 감소했다. 지난 7월에는 69억3000만달러로 7.6%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가계의 소비가 극도록 위축된 영향이다.

이처럼 불황형 흑자 추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4년 작성한 ‘인구구조 변화가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로 소득 대비 내수가 위축되면서 경상수지 흑자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 유·청년층의 인구 비중이 1%포인트 감소하고 중·장년층의 인구비중이 1%포인트 증가할 경우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는 0.5~1%포인트 상승하는 요인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투자와 소비가 줄면서 그만큼 소비재와 자본재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