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위험하다"…코로나가 만든 사각지대 '가정 내 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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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8월 아동학대 발생건수 19% 증가
가정 내 아동학대 건수도 12% 늘어
가정 내 아동학대 건수도 12%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 기간 아동학대 발생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아동을 학대하거나 방치한 사건들이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 근절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한 올 1~8월 발생한 아동학대는 331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2775건 보다 19.4%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아동학대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A양의 계부와 친모는 5개월 동안 A양을 쇠사슬로 묶거나 감금하고 프라이팬으로 손등을 지지는 상습학대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A양의 계부와 친모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7년을 구형했다. 6월 충남 천안에서는 동거남 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한 계모가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계모는 가방 속에서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아이에게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넣거나 가방을 여기저기 끌고 다니며 아이를 학대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계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재판부도 "범행이 잔혹하고 분노만 느껴진다"며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아동을 방치해 아이들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달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코로나19로 등교하지 않은 초등학생 형제가 어머니가 집에 없는 사이 라면을 끓여먹으려다 불이 났다. 형은 전신 40%에 3도 화상을 입었고 동생은 유독가스를 많이 마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형제의 어머니는 아이들을 자주 방치해 앞서 3차례나 경찰에 신고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형제들을 때리거나 방치한 혐의(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 및 방임)로 지난달 불구속 입건된 사실도 추가로 알려졌다.
올 1월부터 8월까지 접수된 '가정 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8452건으로 전년 동기(7515건) 대비 12% 증가했다. 반면 가정 외에서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올해 170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접수된 2183건 보다 21% 줄었다.
김용판 의원은 "최근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물러야 하는 아이들이 많아 아동학대 예방대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아동 복지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아동학대를 담당하는 인력은 736명에 그쳤다. 전체 아동인구 788만명에 비하면 아동학대 담당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코로나19 변수까지 겹쳐 전담인력은 빠르게 충원되고 있지 않은 실정. 지방의 한 기초의회에서는 코로나19로 경제상황이 나빠졌다는 이유로 지역 내 아동학대 담당 인력 증원을 반대하는 사례도 나왔다. 공무원 임용 일정이 연기돼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배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배화옥 경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데 이들을 붙잡고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한다고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고등학교 등 정식 교육과정에서부터 아동학대 교육을 시켜 이들이 부모가 됐을 때 아동학대를 하지 않도록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저 '아동학대는 나쁜 겁니다, 하지 마세요'라는 원론적 홍보에 집중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어린 아이들에게도 학대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교육해 자기방어기제를 키울 수 있는 환경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kkw1024@hankyung.com
지난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한 올 1~8월 발생한 아동학대는 331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2775건 보다 19.4%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아동학대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코로나19 기간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아동학대 사건들
지난 5월 경남 창녕에서는 끔찍한 학대를 견디다 못한 A(10)양이 집 테라스 지붕을 타고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양은 잠옷 차림으로 도로를 뛰어가다 인근 주민에게 발견돼 구조됐다.A양의 계부와 친모는 5개월 동안 A양을 쇠사슬로 묶거나 감금하고 프라이팬으로 손등을 지지는 상습학대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A양의 계부와 친모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7년을 구형했다. 6월 충남 천안에서는 동거남 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한 계모가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계모는 가방 속에서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아이에게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넣거나 가방을 여기저기 끌고 다니며 아이를 학대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계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재판부도 "범행이 잔혹하고 분노만 느껴진다"며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아동을 방치해 아이들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달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코로나19로 등교하지 않은 초등학생 형제가 어머니가 집에 없는 사이 라면을 끓여먹으려다 불이 났다. 형은 전신 40%에 3도 화상을 입었고 동생은 유독가스를 많이 마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형제의 어머니는 아이들을 자주 방치해 앞서 3차례나 경찰에 신고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형제들을 때리거나 방치한 혐의(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 및 방임)로 지난달 불구속 입건된 사실도 추가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아이들 아동학대 사각지대로 내몰 수 있다
이 사건들은 모두 코로나19 유행 기간 '가정'에서 발생한 공통점이 있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이 아동학대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기간 아동학대로 112에 신고된 건수를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가정 내' 신고 건이 늘고 '학교 등 기타 장소' 신고 건수는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올 1월부터 8월까지 접수된 '가정 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8452건으로 전년 동기(7515건) 대비 12% 증가했다. 반면 가정 외에서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올해 170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접수된 2183건 보다 21% 줄었다.
김용판 의원은 "최근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물러야 하는 아이들이 많아 아동학대 예방대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아동 복지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코로나로 전담 공무원 배치 차질…아동학대 키웠다는 지적도
코로나19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배치가 차질을 빚은 것도 아동학대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진 공무원이 턱없이 부족한데 코로나19로 공무원 임용마저 미뤄지면서 아동학대 전담관 배치도 늦어진 것이다.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아동학대를 담당하는 인력은 736명에 그쳤다. 전체 아동인구 788만명에 비하면 아동학대 담당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코로나19 변수까지 겹쳐 전담인력은 빠르게 충원되고 있지 않은 실정. 지방의 한 기초의회에서는 코로나19로 경제상황이 나빠졌다는 이유로 지역 내 아동학대 담당 인력 증원을 반대하는 사례도 나왔다. 공무원 임용 일정이 연기돼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배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사후 예방식의 아동학대 교육이 아닌 어릴 때부터의 조기교육이 필수
전문가들은 아동학대에 취약한 가정에 아이들이 오래 머무를수록 아동학대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아동학대에 대한 사후 예방교육이 아닌 조기교육이 급선무라고 짚었다.배화옥 경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데 이들을 붙잡고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한다고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고등학교 등 정식 교육과정에서부터 아동학대 교육을 시켜 이들이 부모가 됐을 때 아동학대를 하지 않도록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저 '아동학대는 나쁜 겁니다, 하지 마세요'라는 원론적 홍보에 집중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어린 아이들에게도 학대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교육해 자기방어기제를 키울 수 있는 환경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kkw102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