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도입을 고수하는 홍남기 부총리(왼쪽)를 비판한 김두관 의원. / 사진=뉴스1
재정준칙 도입을 고수하는 홍남기 부총리(왼쪽)를 비판한 김두관 의원. / 사진=뉴스1
김두관 의원(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공동위원장)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겨냥해 ‘재정준칙’을 고집하면 같이 갈 수 없다는 취지로 언급해 논란을 예고했다.

특정 기업의 주식 3억원어치 이상 보유시(세대합산 기준) 대주주로 인정해 주식양도 차액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밀어붙이면서 “홍남기 부총리를 해임하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상황에서의 여권 중진 발언이라 후폭풍이 클 전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김두관 의원은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재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재정준칙 도입에 동의하기 어렵다. 여당 기재위 위원들도 대부분 반대”라며 홍남기 부총리가 계속 재정준칙 도입을 고수하면 “같이 갈 수 없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인사권 문제니까 제가 언급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재정준칙은 방만한 재정 운용을 막아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기재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7일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서도 재정준칙 도입 필요성에 대한 소신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김두관 의원은 “기재부 고위 관료들이 재정건전성을 많이 내세우는데 지금은 (코로나19) 전쟁 상황”이라며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준칙을 정해놓으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이상 부채가 넘어선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이지 않느냐. 전쟁에 무슨 선을 정해놓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재정준칙을 지킨 나라들의 경제가 다 어려워졌다. 재정준칙에 연연하지 않는 국가들이 경제성장을 통해 위기를 다 극복했다”면서 “지금은 국가부채보다는 경기침체를 더 걱정해야 될 상황이다. 국가가 빚을 지지 않으면 개인의 부채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남기 부총리가 충분한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엔 “(여당) 정책위의장이나 청와대 경제수석, 정책실장과 논의했겠지만 그렇게 빠르게 재정준칙 도입을 발표할 줄은 몰랐다. 기재부는 오래 준비하고 전문가들 자문도 많이 구했다는데 재정준칙에 대해 동의하거나 지지하는 학자들 중심으로 의견을 모은 것 같다”며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두관 의원은 또 당정협의를 통해 재정준칙 도입을 발표했다고 해도 “기재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기층 민심을 잘 안다”면서 여당 의원들은 이를 따라가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