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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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4주 미만 낙태를 허용하는 방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 시기를 10주 미만으로 더 낮춰야 한다고 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낙태수술 거부권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등 4개 학회는 8일 성명을 내고 "정부 입법안에 산부인과 의사들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법과 괴리됐던 낙태 현실을 개선하고 여성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선 낙태 수술을 맡게 될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들은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를 헌법 불합치 판결한 뒤 낙태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낙태 관련 제도를 논의해왔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여성의 안전과 무분별한 낙태 예방을 위해 낙태를 제한없이 허용하는 시기는 임신 10주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고 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낙태 진료권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의사들이 신념에 따라 낙태 수술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 안정을 위해 낙태 시술자는 산부인과 의사로 한정하고 시술하는 의사는 여성이 낙태를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해선 안된다고 했다.

약물을 활용한 낙태는 국내 임상시험을 마친 뒤 신중히 검토해 도입하고 도입하더라도 의약분업 예외약품으로 지정해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직접 투약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여성이 낙태를 선택할 때 배우자 동의를 받도록 한 내용은 삭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의료기관 비도덕적 진료행위 규정상 낙태 조항도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국민 누구도 여성이 지금보다 더 많이 낙태해야 하는 세상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불가피하게 낙태가 필요한 여성이 안전한 의료 시스템 안에서 시술 받고 낙태 예방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받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과거보다 진일보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산부인과 의사들의 요구안을 반영해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낙태법 개정에 개정에 대한 산부인과의 입장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이후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는 ‘낙태법특별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하여 산부인과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정하였다.

정부와 입법부는 그동안 법과 괴리되어온 낙태 현실을 개선해 무분별한 낙태는 예방하면서 불가피한 낙태는 여성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시술할 수 있도록 다음의 산부인과 입장을 개선 입법에 적극 반영하여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 낙태법 개정에 대한 산부인과의 입장 ]

1. 산부인과 의사의 낙태 진료 선택권 인정

1)산부인과 의사는 낙태 관련 의료 행위와 시술기관으로 안내 등 관련 절차에 선택권을 가진다.
2)1항은 환자의 생명이 위급한 때는 예외로 한다.
3)모든 산부인과 의사는 다음의 경우를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낙태 관련 의료 행위와 시술기관으로 안내 등 관련 절차에 참여하거나 제공하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
-낙태 관련 의료 행위와 시술기관으로 안내 등 관련 절차에 참여하거나 제공하는 경우
4)위 결정을 낙태법 개정에 명문화한다.

2. 여성의 안전을 위해 낙태 시술자(약물 낙태 포함)는 산부인과 의사로 한정하고 무자격자에 의한 낙태는 처벌을 강화한다.

3. 시술 의사는 비의학적 사유의 낙태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시술 과정만 담당한다.

4. 여성의 안전과 무분별한 낙태 예방을 위해 사유의 제한 없는 낙태 허용 시기는 임신 10주 (70일: 초음파 검사 상 태아 크기로 측정한 임신 일수) 미만으로 한다.

5. 임신 10주 이후 태아 사유의 낙태는 사회경제적 사유에 포괄한다.

6. 임신 10주 이후 사회경제적 사유의 낙태가 허용되지 않을 경우 의학적 사유의 낙태 허용 범위와 절차는 다음과 같다.

1)모체 사유: 임부 생명에 대한 위험 또는 건강 상태의 중한 위험이 의학적으로 판단되는 경우
2)태아 사유: 출생 전후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의학적으로 판단되는 경우.
3)상기 의학적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산부인과 전문의와 해당 질환 과목 전문의를 포함한 위원회’에서 승인한다.

7. 약물낙태 도입 여부는 국내 임상 시험 후 신중한 검토를 요한다.
도입 시에는 ‘의약분업 예외 약품’으로 지정하여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직접 투약한다.

8. 배우자 동의는 삭제한다.

9. 미성년자의 낙태 시술은 부모 등 법정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단 미성년자가 부모 등 법정 보호자의 동의 단계를 거부하는 경우는 정부가 정한 상담 및 승인 절차를 거친다.

10. 현행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에서 행정처분하는 비도덕적 진료 행위 규정 중에 ‘낙태’ 조항은 삭제하도록 개정한다.

우리 국민 누구도 여성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낙태해야 하는 세상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이번 낙태법 개정으로 무분별한 낙태를 막는 한편 불가피하게 낙태가 필요한 경우는 여성들이 안전한 의료 시스템 안에서 시술 받고 낙태 예방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받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과거보다 진일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입법부는 여성의 안전을 위한 산부인과의 요구안을 반드시 반영하여 입법하기를 바란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일선에서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도우며, 불가피한 낙태의 안전한 시술과 낙태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