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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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준칙을 고집하면 같이 갈 수 없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재정준칙 도입을 주장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재정준칙 도입이) 경제에 전혀 도움도 안 되는데 왜 그렇게 서둘러 하는지 저희들도 잘 이해를 못한다”고 홍 부총리를 비판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정환경 변화 대응과 재정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해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수장이자 ‘곳간지기’로서 재정준칙을 도입해 나라의 급격한 부채 증가를 막겠다는 게 기재부 장관으로서 당연한 책무가 아니냐는 반응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8년까지 36%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38%로 올라간 데 이어 올해 4차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면서 43.9%까지 치솟았다. 이는 정부에서 발표한 수치로,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국가채무비율이 49%까지 급등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년도 채 되지 않아 국가채무비율이 13%포인트나 높아진 셈이다.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국가부채비율의 급격한 상승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김 의원은 “(홍 부총리가) 오래 준비하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많이 구했다는데, 재정준칙에 대해 동의하고 지지하는 학자 중심으로 의견을 모은 것 같다”며 원색적인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 오히려 재정과 관련해서는 자신이 더 잘 안다는 발언을 하기도 해 빈축을 샀다. 김 의원은 “(재정준칙 도입에 대해) 민주당의 기획재정위원들 대부분이 다 반대”라고 전한 뒤 ‘기재위 위원들이 해당 사안을 더 잘 아는 것이냐’고 사회자가 질문하자 “그렇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도 김 의원의 발언에 오만과 독선이 깔려 있다고 평가했다. 차기 대선후보로도 거론되는 여당의 중진 의원이 경제 수장의 정책 철학이 당과 맞지 않는다고 해임을 언급하는 것은 경솔했다는 지적이다. 장관은 책임을 지고 정책을 집행하면 되고, 그것이 잘못됐을 경우 인사권자가 해임하거나 본인이 사의를 밝히면 되는 일이다.

"재정준칙 고집하면 같이 못간다"는 與의원의 협박
정치권 관계자는 “정책 실패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것도 아니고 소신을 굽히지 않을 경우 쫓아낼 수 있다는 식의 협박성 발언으로 읽힐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정치권에서 관료를 압박하면 누가 이 정부에서 쓴소리를 하고, 제대로 된 정책을 제안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