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의 화가와 21편의 명작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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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그림은 화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마음에 와닿는다. 그들이 포착한 생의 한 순간과 세상의 단편이 인류의 보편적 경험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감동을 담은 미술소설이 출간됐다. <영달동 미술관>이 그 주인공이다.
공동저자 피지영씨는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미술 강의를 시청하다가 감명을 받아 3년 간 미술 서적 1000권을 독파하고 서양 미술 도슨트가 됐다. 휴직계를 내고 유럽 미술관을 순례한 뒤 지난해 <유럽 미술 여행>을 펴냈다. 미술이 주는 감동과 행복을 주변에 나눠 주기 위해 퇴근 후와 주말 시간을 내 서양 미술 강의를 하고 있다.
<영달동 미술관>의 주인공은 화가와 그림이 아닌 우리 자신이다. 고흐, 라울 뒤피, 마코프스키, 시시킨, 베르메르, 브뤼헐, 일리야 레핀, 렘브란트, 라파엘로, 모딜리아니, 밀레와 그들의 그림은 뛰어난 조연이다.
불투명한 미래에 낙담하고, 한 때의 실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부적절한 생각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는 소설속 영달동 주민들은 위대한 화가들이 그림 속에 숨겨 둔 메시지와 의미를 찾아가면서 조금씩 변화를 경험한다.
이 책의 원고를 단숨에 읽어 낸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영달동 미술관에 가면 오래 전 마음의 상처, 고통, 번민, 죄책감투성이의 ‘나’를 만나게 된다"며 "이 책은 우리 모두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힐링의 시간을 선사한다"고 했다.
미술을 소재로 기이하고 미스터리한 사건을 전개한 이 소설이 상처 입은 현대인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이유는 화가들이 그림을 그린 최초의 목적이 ‘위로’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