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일입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의 행보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국민권익위가 하루가 멀다하고 의대생 국가고시 관련 민원 내용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8일 오전 서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 병원장들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매우 힘든 시기에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문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들은 "제자들에게 한 번 더 시험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기자회견 후 이들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면담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참석자들은 국민권익위가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기자회견이 이목을 끈 것은 병원장들의 사과 때문만은 아니었다. 민간 단체가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조율한 것이 국민권익위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가 민원을 제기한 단체의 기자회견을 정부청사에서 열 수 있게 해준 것은 이례적일 뿐 아니라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많은 이슈에 정치적 개입을 한다는 비판도 터져나왔다.

전 위원장이 "국민권익위가 의사 국시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 문제가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 의료시스템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의 돌출행동에 정부와 여당도 내심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괜한 불똥이 튈까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 위원장이 의사 출신이라 의사들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있다. 내년 서울시장을 앞두고 존재감 키우기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권익위의 정치적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의사협회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 8월에는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추미애 장관 아들 논란에도 이해충돌 여부가 없다고 판단하는 등 정치적 이슈에 대해 깊숙히 개입했다.

전 위원장의 말대로 '국민권익위는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중립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권익위원장으로서 '자기정치'를 한다는 지적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