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밀 주요 수출국인 아르헨티나가 유전자조작(GMO) 밀 품종 상용화를 승인했다. GMO 밀이 상업용 승인을 받은 것은 세계 최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과학기술부는 이날 자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세레스가 개발한 GMO 밀 가뭄저항성 HB4의 상업적 유통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에선 이 품종을 상업적으로 재배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됐다.

HB4는 바이오세레스가 유전자를 변형해 개발한 밀품종이다. 가뭄에 더 잘 견딜 수 있고 생명력이 강해 작황 예측이 쉽다는 게 바이오세레스 측의 설명이다.

이번 결정으로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초로 GMO 밀 상업적 유통을 승인한 나라가 됐다. 앞서 미국 종자기업 몬산토가 제초제 저항성 GMO 밀을 개발했지만, 미국 정부도 GMO 밀 상용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밀은 그간 소비자 우려가 심해 어디서도 상업적 생산 허가를 받지 못했다"며 "주로 사료용으로 소비되는 콩 등과 달리 밀은 주로 사람이 섭취하는 용도로 소비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GMO 콩과 GMO 옥수수, GMO 면화 등이 승인을 받고 유통된다. 중국은 작년에 콩·파파야·옥수수 등에 대해 GMO 작물 수입을 허가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그간 GMO 밀 승인을 두고 자국 내 여러 단체와 줄다리기를 벌였다. 아르헨티나 농업단체와 제분업계 등은 아르헨티나 밀 수출에 큰 차질이 올 수 있다며 승인을 반대했다. 상업적 재배를 하더라도 팔 곳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GMO 밀 유통을 허용하지 않는 국가가 아르헨티나산 일반 밀에서 GMO 밀이 섞여 검출될 가능성을 대비해 수입 규제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2016년엔 한국이 수입한 아르헨티나산 사료용 수입 밀에서 미승인 유전자 변형 밀이 검출돼 한동안 해당 선적분 유통·판매가 중단됐다.

미국 밀 업계 등은 아르헨티나가 GMO 밀을 내놓더라도 국제 밀 가격엔 한동안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GMO 밀은 안전성 우려로 인해 인기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데이비드 그린 미국 밀품질위원회 상무는 "미국이 밀을 수출하는 나라 중 어느 곳도 GMO 밀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한 아르헨티나 농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의 수입 승인을 받기 전엔 HB4 밀을 재배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칫 아무도 사지 않는 작물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