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조모씨(36)는 2년 전만 떠올리면 잠을 못 이룬다. 그는 2018년 집을 사는 대신 전세를 연장하기로 했다. 조씨는 “당시 보고 있던 한 아파트값이 7억5000만원에서 최근 12억원으로 뛰었다”며 “집을 사자는 아내의 의견을 외면한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젠 대출을 받아도 역부족이다. 내 집 장만은 물 건너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청년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집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출을 조이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에 실패한 이들이 ‘집포자(집 사기를 포기한 사람)’로 돌아서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법원 등기 데이터를 활용한 국내 부동산 거래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생애 첫 부동산 매수인 중 서울 주택 구입 비율은 올해 상반기 15%를 기록했다. 2010년 12%에서 2016년 20%까지 매년 상승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하향세를 보였다. 정훈 연구위원은 “서울 집값 급등과 규제 강화 이후 기존 유주택자는 갈아타기 또는 추가 매수에 나선 반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주택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PIR은 5년 전 9.4배에서 올해 14.1배까지 치솟았다. 월급을 14년 동안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저소득층(1분위)의 경우 2015년 24.4배에서 올해 37.1배로 더 벌어졌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청년 가구(만 20~34세)의 자가 보유율은 21.1%에서 18.9%로 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파트 가격보다 자가 보유율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이마저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지나친 대출 규제가 주거 사다리 단절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부는 “투기 수요를 잠재우겠다”며 2017년 6·19 대책을 통해 조정대상지역의 담보인정비율(LTV)을 70%에서 60%로 축소한 뒤 올해 2·20 대책에서 또다시 50%로 조였다. 투기과열지역의 LTV도 9억원 이하는 40%, 9억원 초과분은 20%만 적용하도록 했다. 15억원 초과에 대해선 대출을 막았다. 경기 수원 영통구, 권선구 등 일부 지역은 2·20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뒤 6·17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로 격상됐다. 불과 4개월 만에 LTV가 70%에서 40%로 쪼그라든 것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해선 LTV를 비규제지역 수준(70%)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