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도시가스업체들이 거둬들인 이익의 일부를 재분배하는 일종의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을 강행하기로 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이익을 많이 낸 업체는 이익을 적게 본 업체에 수익을 나눠줘야 해 대표이사가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법률 검토 결과까지 나왔는데도 제도 개편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시장경제 원리에 위배되는 데다 제도가 시행되면 특정 업체만 추가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7월 10일자 A5면 참조

“이익 나눠 재분배하면 배임 소지”

8일 서울시와 가스업계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말 서울지역에 가스를 공급하는 코원에너지서비스, 예스코, 서울도시가스, 귀뚜라미에너지, 대륜E&S 등 5개 도시가스업체를 불러 모아 연내 초과이익공유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 초과이익공유제는 가스 공급원가를 낮게 유지해 상대적으로 많은 이윤을 가져가는 업체의 수익금 중 일부를 회수해 원가경쟁력이 뒤처진 업체에 보전해주는 제도다.

서울시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 시설투자로 인해 공급원가가 올라가 수익이 떨어진 기업도 다른 업체의 수익금으로 일정 수익을 보전받게 돼 독점 사업자인 5개사의 시설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생각은 정반대다. 수익을 다른 업체에 나눠줘야 한다면 업체들 사이에 원가 경쟁을 할 이유가 없고, 시설투자 확대 대신 방만한 경영으로 공급원가와 소비자 요금만 올라가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초과이익공유제가 도입되면 이익을 많이 낸 업체는 다른 회사에 이익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형법상 배임죄의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가스업체가 대형 로펌에 법률 자문을 맡긴 결과 서울시가 추진하는 초과이익공유제는 △업무상 배임죄 △공정거래법 위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노동조합 또는 협력업체 내 분쟁 발생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의 이익을 다른 회사에 나눠주는 행위는 명백하게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라는 게 자문 내용의 골자다.

남의 회사 법인세까지 대신 내줘야

서울시는 관련 법령이나 조례를 제·개정해 이 같은 법적 리스크를 해소해주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법령 개정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회, 조례 개정은 시의회의 협조가 필요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장상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특정 기업을 위한 정책”이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서울시가 법령 및 조례 제·개정에 실패한 채 공급규정만 개정해 초과이익공유제를 도입할 경우 문제는 더 커진다. 배임 등의 법적 리스크뿐만 아니라 회계 리스크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5개사가 공동으로 초과이익공유제와 관련해 또 다른 대형 로펌에 구한 법률 자문에선 “공급규정만 개정해 이익을 많이 낸 업체가 다른 회사에 이익을 나눠주면 이를 손금으로 인정받지 못해 법인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시 말해 다른 회사에 이익을 나눠주고, 그에 부과되는 법인세까지 대신 내줘야 한다는 얘기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