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 최대인 미국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 재정 적자가 역대 최악 규모로 확대됐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2020회계연도(작년 10월~올해 9월)의 재정 적자가 3조1000억달러로, 작년 회계연도에 비해 3배 넘게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적자 규모는 9840억달러였다.

미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규모는 15.2%로 집계됐다. 1945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실업급여 확대 등 지출을 늘리면서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었다는 설명이다. 2020회계연도의 세출은 전년 대비 47% 급증한 6조5000억달러였다. 반면 전국적인 경제 봉쇄령 탓에 세입은 3조4000억달러에 그쳤다.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 수입만 놓고 보면 1년 만에 21%나 쪼그라든 수치다.

다만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춘 덕분이 부채 관리 비용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올해 미 정부가 부채에 대해 지고 있는 순이자 부담은 전년 대비 2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과감한 금리 정책이 부채에 허덕이는 미국 경제의 추가 하락을 막아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