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보다 20여 년 앞선 1920년대부터 사회주의 몰락을 예견한 이가 있었다. 바로 ‘현대 자유주의의 창시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다. 그는 인류의 영속적 발전을 위해 자유방임, 자유시장, 사유재산권, 시민과 그 재산 보호로 역할이 제한된 정부 등이 중요하다고 봤다. “복지국가와 계획의 옹호자는 잠재적인 독재자다” 등 그의 어록도 읽을수록 맛을 더한다.

1881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미제스는 빈대에서 법학 및 경제학 박사학위를 딴 뒤 하이에크, 모르겐슈테른 등 걸출한 후학을 길러냈다. 《개입주의》, 《인간행동론》, 《자유를 위한 계획》 등 저작들은 그러나 대공황 이후 국가 개입을 강조한 케인스주의 유행 앞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1945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 변변한 정교수 자리 없이도 연구에 정진한 그는 1973년 오늘 92세를 일기로 뉴욕에서 잠들었다.

이듬해인 1974년 미제스와 함께 경기변동이론을 연구한 하이에크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으며 상황이 반전됐다. 대공황도 케인스 설명처럼 ‘유효수요 부족’ 때문이 아니라 중앙은행이 돈을 과도하게 풀어 생긴 거품이 터진 결과라는 그의 진단이 주목받았다. 1990년 미국의 한 학회는 ‘미제스가 옳았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