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6월 17일 휴전선 인근 비행금지선(NFL)에 인접한 파주시 문산읍의 상공에서 폭파 후 뼈대만 남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모습을 촬영해 보도했다. 사진=뉴스1
KBS가 6월 17일 휴전선 인근 비행금지선(NFL)에 인접한 파주시 문산읍의 상공에서 폭파 후 뼈대만 남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모습을 촬영해 보도했다. 사진=뉴스1
우리 군은 최근 발생한 북한군의 우리나라 공무원 사살 사건이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은 북한의 도발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제출받아 1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군은 2017년 이후 북한에 의한 도발이 총 4차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해상 도발 1회, 공중 도발 1회, 지상 도발 2회 등이다.

이중 해상 도발 1건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1월 17일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 동쪽 NLL(북방한계선)에서 발생한 북한 상선 침범 사건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발생한 도발은 총 3건으로, 첫 번째는 2017년 6월 9일 강원도 인제에서 북한 소형무인기가 추락한 채 발견된 사건이다. 군은 이 건을 공중 도발로 분류했다. 나머지는 2017년 11월 13일 판문점 JSA를 통해 귀순하는 북한군을 총격한 것, 그리고 지난 5월 3일 강원도 철원 DMZ(비무장지대)에서 3사단 GP(감시초소)를 향해 북한군이 총격을 가한 사건 등이다. 두건 다 지상 도발이었다.

군의 설명만 놓고 보면 2017년 11월 중순부터 지난 4월 말까지 약 2년 반 동안 북한의 도발이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합참은 도발의 정의에 대해서는 '적이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한민국 국민 또는 영역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라고 답했다.

윤주경 의원은 "도발의 정의를 놓고 보면 공무원 사살이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명백히 한국 국민과 재산에 위해를 가한 행위인데, 도발 현황 자료에는 없어 그 이유를 추가로 물었다"며 "군의 답변은 '도발의 정의는 합참 작전과에서 정한 것이며, 도발 현황을 관리하는 건 대정보분석과라서 서로의 답변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는 거였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설명"이라고 비판했다.

윤주경 의원은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을 모두 도발에서 제외한 것도 비판했다. 미사일 발사 당시 국방부는 출입기자단 등에 발송하는 문자메시지에서 '북한군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하겠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했지만, 도발 현황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윤주경 의원은 "군 내부에서 도발의 정의를 공유하고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게 당연한데, 그런 과정이 있었음에도 해석을 달리 한 거라면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이 이해관계나 정권의 득실을 먼저 따지느라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도발을 도발이라 말하지도 못한다면 결국 북한에는 면죄부를 주고 안보 위협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