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진 김일성 광장에서 흰색 군복을 입은 북한군이 사열해 있다.[조선중앙TV 화면]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진 김일성 광장에서 흰색 군복을 입은 북한군이 사열해 있다.[조선중앙TV 화면] (사진=연합뉴스)
"(한국) 군 당국은 북한 측이 A 씨의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추측된다." (미 BBC 보도)

북한이 10일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대규모 인원을 동원했지만 이 가운데 마스크를 쓴 인원은 눈에 띄지 않아 의구심을 자아냈다. 최근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대한민국 공무원을 사살하고 시신 또는 부유물까지 태웠던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태도와 상반되기 때문이다.

공무원 피살 당시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남북 관계가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북한군이 한국 공무원에 총격을 가한 뒤 시신을 불태운 것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공포감 때문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NYT는 "폭력적인 사건으로 양국 관계는 한층 냉각될 수 있다"며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이 북한의 살인 행위에 부채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자정 0시부터 새벽 2시까지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군 장병과 주민을 대거 동원했다. 현장에 동원된 인원은 수만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광장에 모인 주민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광장에 모인 주민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적대 세력들의 지속적으로 가중되는 핵 위협을 포괄하는 모든 위험한 시도들과 위협적 행동들을 억제하고 통제 관리하기 위해 자위적 정당 방위수단으로서의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전쟁억제력이 결코 남용되거나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는 않겠지만, 만약 그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다쳐놓는다면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든다면 나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하여 응징할 것"이라며 "불과 5년 전 바로 이 장소에서 진행된 당 창건 70돌 열병식과 대조해보면 알겠지만, 우리 군사력의 현대성은 많이도 변했다. 우리 군사력은 그 누구도 넘보거나 견주지 못할 만큼 발전하고 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코로나19)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탱크에 올라선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손을 들어 경례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탱크에 올라선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손을 들어 경례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연초부터 하루하루 한 걸음 한 걸음이 예상치 않았던 엄청난 도전과 장애로 참으로 힘겨웠다"며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한 속에서도 비상 방역도 해야 하고 자연재해도 복구해야 하는 난관에 직면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들어와 얼마나 많은 분이 혹독한 환경을 인내하며 분투해왔느냐"며 "예상치 않게 맞닥뜨린 방역 전선과 자연재해 복구 전선에서 우리 인민군 장병이 발휘한 애국적 헌신은 감사의 눈물 없이 대할 수 없다. 영광의 밤에 그들(장병)과 함께 있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프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