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자일링스 인수 추진…리사 수의 마법 또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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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데이터센터용 제품 경쟁력 강화 원하는 AMD
'컴퓨팅 가속화 플랫폼'의 강자 자일링스에 관심 커
WSJ "인수가격 30조원, 이르면 다음주에 결론"
업계 "AMD가 인텔, 엔비디아와 경쟁 위해선 옳은 선택" 평가
데이터센터용 제품 경쟁력 강화 원하는 AMD
'컴퓨팅 가속화 플랫폼'의 강자 자일링스에 관심 커
WSJ "인수가격 30조원, 이르면 다음주에 결론"
업계 "AMD가 인텔, 엔비디아와 경쟁 위해선 옳은 선택" 평가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있다. 엔비디아(Nvidia)가 영국 ARM 인수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미국 CPU·GPU 전문업체 AMD(Advanced Micro Devices)가 자일링스(Xilinx)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일(현지시간)"AMD가 자일링스를 300억달러(약 34조5750억원)에 인수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주 최종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인수 목적은 '데이터센터'용 제품의 경쟁력 강화가 꼽힌다. 최근 데이터센터에선 AI를 통한 데이터 처리 성능이 중요시되고 있는데 경쟁은 '처리 속도' 쪽에 집중되고 있다. AMD의 데이터센터용 제품은 경쟁사인 인텔이나 엔비디아 제품보다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를 통한 데이터 처리 가속 플랫폼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는 자일링스를 인수해 단숨에 데이터센터용 제품의 경쟁력을 인텔, 엔비디아만큼 높이겠다는 것이다.
구원 투수로 등판한 사람은 대만 출신으로 MIT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IBM에서 일하며 족적을 남긴 리사 수(사진) 박사다. 리사 수는 2012년 총괄부사장으로 AMD에 합류한 뒤 2014년말엔 대표(CEO)에 취임했다. 리사 수는 생존을 위해 경쟁 업체들이 눈 여겨 보지 않던 '게임용 반도체' 시장에 주력했다. 엑스박스로 유명한 마이크로소프트, 플레이스테이션의 소니에 제품을 납품하며 AMD의 매출과 이익을 끌어올렸다. 여기서 번 돈을 본업인 CPU의 경쟁력 향상에 쏟아부었다.
절치부심 끝에 나온 제품이 2017년 공개된 1세대 라이젠(RYZEN) CPU다. 당시 인텔의 일반 PC용 CPU는 4코어 수준이었지만 AMD는 최대 8코어 제품을 내세웠다. CPU 성능의 핵심인 코어 수를 최대 8개로 끌어올리면서 멀티태스킹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가격도 인텔 제품보다 비싸지 않았다. AMD는 라이젠 2세대, 3세대 제품를 계속 출시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최근엔 4세대 '5000' 시리즈를 공개하며 인텔을 몰아붙이고 있다. 3년 전 8% 수준이었던 PC용 CPU 글로벌 점유율은 현재 2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서버용 CPU인 '에픽' 시리즈와 GPU '라데온'을 통해서도 점유율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AMD의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19억3000만달러(약 2조2200억원)를 기록했고 순이익은 1억5700만달러(약 1800억원)를 기록했다.
주력 사업은 무선통신, 자동차, 우주항공, 군사통신, 레이더시스템 등에 활용되는 반도체 개발·판매다. 생산은 주로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TSMC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만한 점은 자일링스가 'FPGA'라고 불리는 반도체를 개발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반도체와 달리 FPGA는 회로를 다시 새겨넣는 '재프로그래밍'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소비가 크고 복잡한 설계에 적용할 수 없지만 개발에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 게 특징으로 꼽힌다.
AMD가 자일링스 인수에 나선 것은 데이터센터 사업에서의 AI 경쟁력 강화 관련 시너지 가능성이다. 데이터센터에선 AI를 통한 데이터 처리 능력이 강조되고 있다. AMD는 서버용 CPU '에픽' 시리즈를 통해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 중이다. AI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AI 가속기(AI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게 만들어진 칩) '라데온 INSTINCT'를 활용한다. 하지만 데이터센터용 제품의 AMD 점유율은 2%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일링스는 'VERSAL'이란 ACAP(적응형 컴퓨팅 가속화 프로그램)를 고객사에 공급하며 매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ACAP는 데이터센터 등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속도를 높여주는 장치다.
AMD의 경쟁업체 인텔 역시 데이터센터용 제품 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인텔은 서버용 CPU '제온'에 AI 특화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2015년엔 자일링스의 경쟁업체로 꼽히는 알테라를 167억달러에 인수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많은 외신들은 "AMD의 자일링스 인수 시도는 데이터센터용 제품 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목적"이라며 "인텔과 엔비디아와의 경쟁을 감안할 때 AMD의 시도는 괜찮은 선택"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AMD와 자일링스는 WSJ 등의 보도에 대해 별 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인수 목적은 '데이터센터'용 제품의 경쟁력 강화가 꼽힌다. 최근 데이터센터에선 AI를 통한 데이터 처리 성능이 중요시되고 있는데 경쟁은 '처리 속도' 쪽에 집중되고 있다. AMD의 데이터센터용 제품은 경쟁사인 인텔이나 엔비디아 제품보다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를 통한 데이터 처리 가속 플랫폼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는 자일링스를 인수해 단숨에 데이터센터용 제품의 경쟁력을 인텔, 엔비디아만큼 높이겠다는 것이다.
리사 수 CEO 취임 후 일취월장한 AMD
AMD는 1969년 설립된 미국의 대표적인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 중 한 곳이다. CPU분야에선 인텔, GPU와 관련해선 엔비디아 등과 경쟁한다. 불과 10년 전까지만해도 회사의 생존을 걱정해야할 정도로 사세가 위축됐었다. 2000년대 중반 경쟁사 인텔의 '코어2 프로세서'에 밀린 상황에서 2011년 '불도저'란 아키텍처 기반의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발열로 고객의 외면을 받았다. 2012년엔 순손실만 11억8000만달러(약 1조3600억원)를 기록했다.구원 투수로 등판한 사람은 대만 출신으로 MIT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IBM에서 일하며 족적을 남긴 리사 수(사진) 박사다. 리사 수는 2012년 총괄부사장으로 AMD에 합류한 뒤 2014년말엔 대표(CEO)에 취임했다. 리사 수는 생존을 위해 경쟁 업체들이 눈 여겨 보지 않던 '게임용 반도체' 시장에 주력했다. 엑스박스로 유명한 마이크로소프트, 플레이스테이션의 소니에 제품을 납품하며 AMD의 매출과 이익을 끌어올렸다. 여기서 번 돈을 본업인 CPU의 경쟁력 향상에 쏟아부었다.
절치부심 끝에 나온 제품이 2017년 공개된 1세대 라이젠(RYZEN) CPU다. 당시 인텔의 일반 PC용 CPU는 4코어 수준이었지만 AMD는 최대 8코어 제품을 내세웠다. CPU 성능의 핵심인 코어 수를 최대 8개로 끌어올리면서 멀티태스킹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가격도 인텔 제품보다 비싸지 않았다. AMD는 라이젠 2세대, 3세대 제품를 계속 출시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최근엔 4세대 '5000' 시리즈를 공개하며 인텔을 몰아붙이고 있다. 3년 전 8% 수준이었던 PC용 CPU 글로벌 점유율은 현재 2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서버용 CPU인 '에픽' 시리즈와 GPU '라데온'을 통해서도 점유율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AMD의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19억3000만달러(약 2조2200억원)를 기록했고 순이익은 1억5700만달러(약 1800억원)를 기록했다.
자일링스 인수해 데이터센터 경쟁력 강화
리사 수 AMD 대표(CEO)가 점찍은 자일링스는 어떤 업체일까. 자일링스는 AMD, 엔비디아, 퀄컴처럼 일반 소비자에게 친숙한 팹리스는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본사가 있고 CEO는 2008년까지 AMD에서 부사장을 맡았던 빅터 펭이다.주력 사업은 무선통신, 자동차, 우주항공, 군사통신, 레이더시스템 등에 활용되는 반도체 개발·판매다. 생산은 주로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TSMC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만한 점은 자일링스가 'FPGA'라고 불리는 반도체를 개발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반도체와 달리 FPGA는 회로를 다시 새겨넣는 '재프로그래밍'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소비가 크고 복잡한 설계에 적용할 수 없지만 개발에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 게 특징으로 꼽힌다.
AMD가 자일링스 인수에 나선 것은 데이터센터 사업에서의 AI 경쟁력 강화 관련 시너지 가능성이다. 데이터센터에선 AI를 통한 데이터 처리 능력이 강조되고 있다. AMD는 서버용 CPU '에픽' 시리즈를 통해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 중이다. AI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AI 가속기(AI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게 만들어진 칩) '라데온 INSTINCT'를 활용한다. 하지만 데이터센터용 제품의 AMD 점유율은 2%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일링스는 'VERSAL'이란 ACAP(적응형 컴퓨팅 가속화 프로그램)를 고객사에 공급하며 매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ACAP는 데이터센터 등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속도를 높여주는 장치다.
AMD의 경쟁업체 인텔 역시 데이터센터용 제품 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인텔은 서버용 CPU '제온'에 AI 특화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2015년엔 자일링스의 경쟁업체로 꼽히는 알테라를 167억달러에 인수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많은 외신들은 "AMD의 자일링스 인수 시도는 데이터센터용 제품 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목적"이라며 "인텔과 엔비디아와의 경쟁을 감안할 때 AMD의 시도는 괜찮은 선택"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AMD와 자일링스는 WSJ 등의 보도에 대해 별 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