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신화, 빅뱅, 원더걸스, 워너원, 트와이스, 그리고 방탄소년단(BTS)….

한국 K팝 아이돌그룹은 세대교체와 진화를 거듭하며 몸집과 시장을 키웠다. 오는 15일 상장을 앞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 BTS는 신곡 ‘다이너마이트’로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에서 최근 6주간 1~2위를 차지했다. K팝 스타들은 화려한 퍼포먼스와 두터운 글로벌 팬덤을 무기로 콘서트, 드라마, 영화, 게임 등 활동무대를 넓히고 있다.

아이돌 뿐만이 아니다. 영화 역시 'K필름' 열풍을 일으키는 모습이다. 올해 초 영화 ‘기생충’은 오스카 4관왕을 거머쥐었고, 영화 ‘아저씨’ ‘극한직업’ 등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될 예정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국내 드라마도 저변을 넓히는 중이다.
"BTS 짝퉁 굿즈 잡아낸다"…'지재권 지킴이' 된 로펌
이처럼 국내 엔터테인먼트산업이 양적·질적 성장을 거듭하면서 관련 법률 수요도 커지고 있다. 콘텐츠 제작과 유통, 해외 자본 유치 및 투자, 업체 간 인수합병(M&A) 등에 로펌들이 맞춤형 법률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해외 진출하면서 지식재산권 엄호

로펌업계가 엔터테인먼트 법률 시장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지식재산권 보호다. 아이돌그룹과 배우 개개인이 ‘브랜드’로 자리잡으면서 이를 보호하려는 수요가 늘었다. BTS가 네이버 라인프렌즈와 함께 ‘BT21’ 캐릭터를 내놓은 것처럼 스타와 관련된 캐릭터 사업이나 옷, 모자 등 다양한 상품(굿즈) 개발·판매가 늘어난 것이 주 배경이다.

수년 새 이런 분야에 특화한 중·소형 로펌이 속속 등장했다. 이들은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악성 댓글을 단속하는 것부터 사진 등 이미지 무단 도용, 앨범 등 각종 출판물의 상표권 침해 등을 국내외에서 관리한다. 가짜 상품을 잡아내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법률사무소 미주는 BTS 소속사인 빅히트의 지식재산권 관련 업무를 하는 곳 중 하나다. 김미주 미주 변호사(변호사시험 1기)는 “급증하는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짝퉁 굿즈가 활개를 치고 있다”며 “해외 현지 파트너사들과 상표·저작권 침해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법적 대응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엔터팀 강화 나선 대형 로펌

내로라하는 대형 로펌들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은 대형 로펌 중 처음으로 2009년 엔터테인먼트 전문팀을 구성했다.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임상혁 변호사(사법연수원 32기)가 팀을 이끌고 있다. 세종은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해외 진출을 컨설팅한 바 있다. 빅히트와도 고문계약을 맺고 자문 중이다.

광장은 30여 년간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온 최정환 변호사(18기)가 미디어·엔터테인먼트팀을 이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할 때 규제 컨설팅을 맡았던 곳이 이 팀이다. 지난해 빅히트를 대리해 ‘BTS’ 명칭과 이미지, 로고 등을 무단으로 사용한 ‘짝퉁 화보집’ 판매금지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태평양은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매각을 자문하는 등 업계의 굵직한 일을 맡아왔다. 민인기 변호사(32기)가 리더다. 빅히트의 콘텐츠 해외 판매 인허가 및 기업공개(IPO) 컨설팅을 하고 있다.

율촌은 검사 출신인 염용표 변호사(28기)를 필두로 엔터테인먼트 분야 소송을 적극 수임하고 있다. 아이돌 가수 강다니엘이 소속사와 전속계약 분쟁을 벌일 때 강다니엘을 대리해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을 이끌어냈다. 화우는 25년 간 드라마 프로듀서(PD) 등으로 일해온 이용해 변호사(변호사시험 7회)를 중심으로 팀이 짜여있다. 특허청 심사관으로 근무한 이창후 변호사(38기)도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에 앞장서는 대표 선수다. 국내 최대 규모의 엔터테인먼트팀을 둔 법률사무소 김앤장은 10여 곳의 해외 현지 로펌과 BTS 월드투어 관련 법률 자문을 제공했다. 이 팀은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등 30여 명으로 이뤄져 있다.

e스포츠 관련 IT 법률 서비스 증가

법조계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정보기술(IT)과 관련한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임상혁 변호사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가상의 스타를 만들고, 기존 포털 등이 아니라 독자적인 플랫폼으로 여러 콘텐츠를 선보이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며 “콘텐츠뿐만 아니라 IT 개발을 둘러싼 자문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예계 외 온라인 게임도 엔터테인먼트의 핵심 분야다. 게임업계에선 올림픽 월드컵 같은 세계적인 e스포츠 이벤트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강한데, 법률 서비스가 이에 발맞춰 발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정환 변호사는 “한국 선수와 기업들이 e스포츠 분야를 주도해 온 만큼 각종 투자를 둘러싼 법률 자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