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상 가운데 가장 전통이 깊은 다산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1982년 대학 입학 후 경제학을 전공했고 경제현상을 더 깊이 있게 연구하기 위해 유학을 결심했다. 전액 장학금과 4년 동안의 생활비를 보장한다는 제안에 따라 미국 UCLA로 향해 거시경제학을 전공했다.

박사학위 논문은 조지프 오스트로이 교수의 지도를 받아 작성했다. 그는 화폐경제학과 함께 미시경제학인 일반이론도 깊이 있게 연구해왔다. 토론을 즐기고 학자로서 귀감이 되는 태도를 갖춘 그에게서 경제학은 물론 경제학자로서 지녀야 할 인격도 함께 배웠다.

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경기변동의 원인인 불확실성을 모형화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했다.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커지면 경제주체들은 투자·소비 결정을 미루는 경향이 강하다.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 이를 철회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며 불황이 초래된다.

1994년 캔자스대에서 조교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이 같은 연구를 이어나갔다. 불확실성의 증가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증명한 논문을 경제학 분야의 최우수 학술지인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에 게재했다. 캔자스대에서는 미 중앙은행(Fed)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그레고리 헤스 교수를 만나 함께 경기변동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했다. 1998년 고려대로 옮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공동 연구를 이어갔다.

2007년 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와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책을 함께 집필하면서 연구 영역을 성장론으로도 넓혔다. 많은 국가가 국민소득 1만4000달러 정도에서 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을 발견했다. 한국은 이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고 장기간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한때 연간 성장률이 7%를 웃돌던 한국 경제는 더는 고속성장을 구가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낮아진 성장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치권도 허황된 성장률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 같은 배경과 연구 결과를 실증적으로 입증한 내용의 책을 하버드대 출판부를 통해 발간했다. 아이컨그린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꾸준히 하며 중국의 성장률도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예견한 논문도 작성했다. 이 논문은 중국 경제 연구자와 정책 입안자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거시경제학 분석 과정에서 금융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와 함께 신흥국이 금융위기를 겪는 배경에 대해 연구했다. 신흥국 금융위기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의 비핵심부채 확대와 관계가 깊다는 것을 발견했다. 신흥국 금융회사의 비핵심부채 상당부분은 외국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단기 차입금이다. 금융위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단기차입금의 만기가 연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신흥국 은행은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차입금 상환을 위해 신흥국이 허둥지둥 외화조달에 나서면서 환율이 급등하고 외환위기·금융위기가 동시에 시작되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한국 정부가 금융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됐다.

앞으로는 고령화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고령화는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등 한국 경제의 최대 고민거리다. 고령화를 겪는 나라가 로봇·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받아들일 경우 성장률 하락을 늦출 수 있다는 연구가 많이 나왔다. 고령화의 부작용을 극복하는 연구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성심껏 도와준 아내와 가족, 그리고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 약력

△1963년생
△1986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1988년 서울대 경제학 석사
△1994년 미국 UCLA 경제학 박사
△1994~1998년 미국 캔자스대 경제학과 조교수
△1998년~ 고려대 경제학과 부교수, 교수
△2017~2018년 한국금융연구센터 소장
△2020년~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은행분과 위원장
△2020년~ 한국경제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