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11일 한국여자골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안나린(24·사진)의 골프 구력은 10년에 불과하다. 초등학교 때 골프를 시작한 동료 선수들과 달리 중학교 2학년이란 늦은 나이에 골프를 접했다.

가족과 함께 휴가를 간 미국 하와이에서 아버지와 한 라운드가 골프의 시작이었다. 유년 시절 태권도 선수였던 안나린은 뛰어난 운동 신경으로 빠르게 골프 기술을 익혀나갔다. 대한항공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 중학교 때 ‘골프 천국’ 제주에 내려온 것이 날개를 달아줬다.

구력 차이를 따라잡기에는 아마추어 시절이 짧았다. 안나린은 엘리트 선수라면 거치는 국가대표는커녕 상비군에도 들지 못했다. 하지만 2017년 프로에 데뷔한 뒤에는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데뷔 첫해 카이도 여자오픈과 이듬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 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며 가능성을 드러냈다. 지난해 롯데칸타타오픈과 올해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에서는 3위에 올라 잠재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안나린은 “제주도에 계신 아버지, 동생과 떨어져 온전히 저만 돌보시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을 쳤다”고 말했다.

그의 장기는 쇼트퍼팅. 2~3m 거리의 퍼팅은 언제든지 넣을 수 있다는 것이 안나린의 생각이다. 안나린의 올 시즌 평균퍼트 수는 30.05개로 투어 전체 17위에 올라있다. 그동안 우승 문턱에서 안나린의 발목을 잡은 게 샷이다. 고민을 풀어 준 이가 김성윤 프로(38)다. 스윙교정에 들어간 후 임팩트의 타점이 정확해졌고 거리감이 좋아졌다. 안나린은 “지난해는 바뀐 스윙에 적응하는 과정이었다면 올해는 실전에서도 연습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상대가 누구든 골프는 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으로 대회에 임했다”고 말했다.

올해 새 캐디와의 궁합도 선전의 또 다른 요인이다. 안나린은 “차분한 성격인 저와 달리 에너지가 넘치는 캐디가 경기 중에도 힘을 불러일으키는 조언을 많이 한다”며 “캐디와 케미가 잘 맞는 것도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세종=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