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소프트웨어(SW) 개발 붐이 한창이던 1968년, 미국 샌타모니카에서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됐다. 연구진은 프로그래머 9명에게 코딩 등의 문제를 두 시간 안에 풀도록 했다. 이들은 1등과 꼴찌 사이에 2~3배 정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코딩에서 20배, 디버깅(오류 수정)에서 25배, 프로그램 실행에서 10배나 차이가 났다.

이렇게 탁월한 능력을 갖춘 한 명이 월등히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을 ‘록스타 원칙’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록스타’는 유명 뮤지션뿐만 아니라 ‘대단한 사람’ ‘독보적인 인물’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이후 소프트웨어업계에서 보통 엔지니어 10~25명을 고용하는 것보다 1명의 록스타를 거액으로 영입하는 게 낫다는 믿음이 확산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도 “탁월한 SW 개발자 한 명은 1만 명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고 말했다. MS에서 중역으로 일했던 리드 헤이스팅스는 1997년 넷플릭스를 창업할 때 이를 그대로 적용했다. 그 결과 20여 년 만에 시가총액 1위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그는 인재평가 방식에도 ‘록스타 원칙’을 적용했다. 6개월에 한 번씩 하는 ‘키퍼 테스트’가 대표적이다. 중간관리자들은 부하직원을 계속 같이 일하도록 지킬 사람인지, 그만둔다고 할 때 좋아해야 할 사람인지 평가한다. 실력이 부족하면 두둑한 퇴직금을 주고 내보낸다. 회사는 ‘가족’이 아니라 ‘프로스포츠팀’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2001년 닷컴 버블이 붕괴 했을 때 직원 120명 중 40명을 해고했다. 놀랍게도 남은 80명이 이전보다 일을 더 잘하고 성과도 뛰어났다. 2002년 1억5000만달러였던 매출이 7년 뒤 17억달러로 뛰었다. 이른바 ‘인재의 밀도’가 높아졌기에 이룩한 성과였다.

이런 원칙이 모든 기업에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제조업보다 개인의 창의성이 중시되는 정보기술 분야에 더 어울린다. 지난해 ‘가장 높이 평가받는 기업’ 1위에 오른 넷플릭스의 회원수는 곧 2억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그 비결에 대해 헤이스팅스는 며칠 전 언론 기고에서 “‘록스타 원칙’으로 인재 밀도를 높인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net)과 영화(flicks)를 결합한 넷플릭스는 “앞으로 우리의 경쟁상대는 인간의 수면시간”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놀란 업계는 “이젠 넷플릭스를 보지 말고 읽어라”라며 경외심과 경계심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