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前 박인비에게 무릎…이번 대회서 5타차 압도
11개월 만에 통산 11승…한국 선수 중 다승 3위로
"세리 언니처럼 되고 싶었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라"
시원시원한 성격 덕에 친구가 많은 김세영(27)은 얼마 전 스마트폰 메신저 계정을 모두 지웠다.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챔피언십을 앞두고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김세영을 전담하던 한국인 매니저도 그의 아버지를 통해서 연락해야 했다. 김세영의 머리엔 ‘초집중과 존(zone)’만이 가득 차 있었다.
22년 꿈 이뤄낸 집념의 승부사
김세영이 ‘메이저 한’을 풀었다. 12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의 애러니밍크GC(파70·6577야드)에서 열린 KPMG 여자 PGA챔피언십(총상금 430만달러) 최종 라운드를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잡아 7언더파 63타로 끝냈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66타를 기록하면서 5년 전 그에게 패배를 안긴 박인비(9언더파 271타)를 5타 차로 밀어내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은 64만5000달러(약 7억4000만원). 2015년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뛴 김세영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자 지난해 11월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이후 11개월 만에 나온 투어 11승째다.
김세영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었고, 이 때문인지 전날부터 압박감을 느꼈다”며 “골프장에도 예상했던 시간보다 30분 늦게 도착했을 정도로 당황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98년 박세리 프로님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고 나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고 했다.
LPGA투어 최소타 우승(257타)과 최다 언더파 우승(31언더파) 기록 보유자인 그는 ‘기록 제조기’답게 또 하나의 신기록을 앞세워 우승을 차지했다. 그가 이날 적어낸 63타는 이 대회 18홀 최소타 타이기록. 최종합계 266타는 1992년 벳시 킹(267타)보다 한 타 적은 이 대회 72홀 최소타 기록이다.
그는 또 11승을 거두면서 박세리(25승) 박인비(20승) 뒤를 이어 신지애(11승)와 함께 한국 선수 다승 부문 공동 3위로 올라섰다. 데뷔 후 매년 1승 이상씩 쌓아온 그는 숙제였던 메이저 트로피까지 수집하면서 ‘전설’의 반열에 오를 채비를 마쳤다. 1승 이상 6년 연속 승수를 이어온 기록은 렉시 톰프슨(7년)에 이어 현역 선수 중 두 번째로 긴 기간이다.
박인비 “세영이는 언터처블”
김세영은 승부사 기질이 강하다. 화끈하고 극적인 승부가 많았던 배경이다. 2015년 LPGA투어에 데뷔한 그는 두 번째 대회인 퓨어실크 바하마 LPGA클래식에서 첫승을 신고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승수를 쌓을 때마다 ‘연장 불패’ ‘역전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연장전 네 번을 치러 모두 이겼고, 이번 대회 이전까지 통산 10승 중 6승을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특유의 빨간 바지를 입고, 2015년 롯데챔피언십에서 박인비(32)를 누르고 정상에 오른 ‘극장승부’는 세계 골프팬들을 열광케 한 대표적인 명승부다. 그는 당시 연장전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이글샷을 넣어 승부를 뒤집었다. 270야드 장타에 정교한 아이언샷, 섬세한 퍼트감까지 3박자를 두루 갖춘 그는 “돌아가지 않고 핀을 노린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메이저대회 트로피는 풀지 못한 마지막 퍼즐이었다. 테니스와 골프처럼 역사가 긴 종목에선 메이저대회가 지니는 의미가 남다르다. 일반 대회가 따라오지 못하는 역사와 전통에 상금 규모는 물론 대회 환경이 주는 압박감 등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 대회 10승보다 메이저대회 1승을 더 쳐주는 선수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미국 언론이 역대 최고 선수를 언급할 때 타이거 우즈(45)와 메이저대회 최다승(18승) 기록 보유자 잭 니클라우스(80·이상 미국)를 꼭 함께 언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3타 차 선두로 최종일에 나선 김세영은 ‘공격과 수비’ 전략을 넘나들며 목표에 한발 한발 다가섰다. 1번홀(파4)에서 약 3m 거리의 까다로운 파 퍼트를 넣어 위기를 넘긴 그는 이후 ‘공격 본능’에 시동을 걸었다. 전반에 3타를 줄인 그는 후반 들어서도 타수 줄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13번홀(파4)부터 2연속 버디, 16번홀(파5)부터 또 연속 버디를 잡아내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박인비도 17번홀(파3)에서 장거리 퍼트를 넣으며 추격 고삐를 늦추지 않았지만, 김세영의 연속 버디 질주가 이어지면서 동력을 잃었다. 박인비는 김세영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한 뒤 “(김)세영이가 그야말로 ‘언터처블’이었다. 세영이는 오늘 챔피언답게 경기했고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할 자격이 있다”며 완패를 인정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 상금을 보태 106만6520달러로 상금 순위 1위로 올라섰다. 김세영이 90만8219달러를 기록해 2위로 도약했다.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에서도 박인비가 1위(90점), 김세영이 2위(76점)를 차지해 남은 시즌 경쟁을 이어가게 됐다.
하타오카 나사(21·일본)와 카를로타 시간다(30·스페인)가 7언더파 273타 공동 3위에 올랐다. 박성현(27)은 2오버파 17위, 지은희(34)는 3오버파 공동 18위로 대회를 마쳤다.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25·사진)이 한·중·일 바둑 삼국지에서 다시 한번 ‘상하이대첩’을 완성했다.신진서는 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3라운드 최종 14국에서 중국의 마지막 주자 딩하오 9단과 242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한국은 22회 대회부터 5연패를 달성했고, 신진서는 이 대회 18연승으로 자신의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을 새로 썼다. 통산 승수에서는 판팅위(21승9패)와 이창호(19승3패)에 이어 박정환(17승10패)을 제치고 단독 3위로 올라섰다.농심신라면배는 중국과 한국, 일본의 최정예 기사들이 승자 연전 방식으로 진행하는 국가 대항전이다. 상금은 5억원으로, 우승팀에만 주어진다. 한국은 설현준 9단과 김명훈 9단, 신민준 9단, 박정환 9단이 출전해 5승을 합작했다. 일본이 일찌감치 탈락하고 한국과 중국의 대결로 압축된 가운데 박정환이 12국에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며 신진서 홀로 중국의 양대 강자 리쉬안하오 9단과 딩하오를 모두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신진서는 세계랭킹 1위로 압도적인 강자지만 농심신라면배에서는 더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지난해 이 대회에선 홀로 6연승으로 한국의 우승을 이끌며 ‘상하이대첩’을 만들어냈다.이번 대회에서도 신진서는 강했다. 전날 13국에서 리쉬안하오를 제압한 그는 우승 결정전에서 중국의 실질적 1인자 딩하오와 마주 앉았다. 경기 초반에는 팽팽한 균형이 이어졌다. 백을 잡은 신진서는 중반으로 접어들며 좌상귀 전투에서 미세하나마 유리한 형세를 만들었다.그러나 중앙에서 흑에 두꺼운 벽을 허용하며 순식간에 역전당했다. 불리해진 신진서는 우변과 우상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25)이 한·중·일 '바둑 삼국지'에서 다시 한번 '상하이 대첩'을 완성했다. 신진서는 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3라운드 최종 14국에서 중국의 마지막 주자 딩하오 9단(중국)과 242수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끝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이로써 한국은 22회 대회부터 5연패에 성공했고, 신진서는 18연승으로 자신이 갖고 있던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을 새로 썼다. 통산 승수에서는 판팅위(21승 9패)와 이창호(19승 3패)에 이어 박정환(17승 10패)을 제치고 단독 3위로 올라섰다.농심신라면배는 중국과 한국, 일본의 최정예 기사들이 승자 연전 방식으로 진행하는 국가 대항전이다. 상금은 5억원으로, 우승팀에만 주어진다. 한국은 설현준 9단과 김명훈 9단, 신민준 9단, 박정환 9단이 출전해 5승을 합작했다. 일본이 일찌감치 탈락하고 한국과 중국의 대결로 압축된 가운데, 박정환이 12국에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면서 신진서 홀로 중국의 양대 강자 리쉬안하오 9단과 딩하오를 모두 상대해야 하는 부담감을 갖게 됐다. 신진서는 세계랭킹 1위로 압도적인 강자이지만 특히 농심신라면배에서 특히 강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는 홀로 6연승을 만들어내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며 '상하이 대첩'을 만들어냈다.이번 대회에서도 신진서는 강했다. 전날 13국에서 리쉬안하오 9단을 제압한 그는 우승 결정전에서 중국의 실질적 1인자 딩하오와 마주 앉았다. 경기 초반에는 팽팽한 균형이 이어졌다. 백을 잡은 신진서는 중반으로 접어들며 좌상귀 전투에서 미세하나마 유리한 형세를 만들었다.그러나 중앙에서 흑에 두터운 벽을 허용하며
신진서 9단이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국에서 승리하며 한국의 5회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신진서 9단은 21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 센트럴호텔에서 열린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3라운드 최종 14국에서 중국의 마지막 주자 딩하오 9단과 242수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한국 최종 주자인 신진서 9단이 중국의 마지막 주자 딩하오 9단을 꺽으며 한국은 농심신라면배 5회 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더불어 한국은 농심신라면배 통산 17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중국(8회)과의 격차를 벌렸다. 일본은 단 1번의 우승에 그쳤다.농심신라면배는 한국, 중국, 일본 3국을 대표하는 기사 5명씩 출전해 3라운까지 연승전을 진행, 최종 생존하는 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승 상금은 5억원, 준우승은 상금이 없다.우승을 확정 지은 신진서 9단은 농심신라면배 22회(2020~2021년) 대회부터 18연승을 달리며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을 다시 한번 갈아 치웠다.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