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기다리며 쓰고, 그리고, 칠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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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탕색에 영어, 한자 등 텍스트 겹쳐 써 풍경 표현
바다와 호수 등의 정적과 침묵, 기다림 담은 '어린 왕자' 시리즈'
대형 화면을 즉흥적 붓질로 채운 '신비의 실체'
福, 명심보감 구절 등 겹쳐 쓴 '행운' 연작 등 선봬
![중견 여성 작가 김25가 신작 ‘어린 왕자를 기다리며’를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https://img.hankyung.com/photo/202010/AA.24050849.1.jpg)
김25(본명 김유미·57)는 색면추상을 통한 색의 실험에 몰두해온 중견 여성 작가다. 2010년대에 선보인 ‘인상(Impression)’ 시리즈에서는 색면분할, 구상을 둘러싼 추상 등 다양한 실험작을 소개했다. 근년에는 사진으로 포착한 일상의 이미지를 디지털로 왜곡해 색면을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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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25의 '어린 왕자를 기다리며'.](https://img.hankyung.com/photo/202010/01.24062625.1.jpg)
![김25의 '어린 왕자를 기다리며'.](https://img.hankyung.com/photo/202010/01.24062626.1.jpg)
“작년부터 새로운 회화를 모색하며 여러 가지 재료와 방법을 새롭게 실험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생각이 달라졌어요. 미술이 어려워야 할 이유가 있나 싶었죠. 그때 발견한 게 한자의 조형성이었습니다. 해서체 한자를 쓰고 그 위에 화이트로 덮은 뒤 또 쓰기를 반복한 것이 ‘포천’ 시리즈예요. 그러던 어느날 해질 무렵 차창 밖 풍경이 글씨로 보여서 자연 풍경에 텍스트를 넣고 그리기 시작했죠.”
![김25의 '어린 왕자를 기다리며'.](https://img.hankyung.com/photo/202010/01.24062629.1.jpg)
김허경 미술평론가는 “문자가 모여 이뤄진 덩어리의 이미지는 문자와 세계(우주)를 연결하는 지점에서 생성되는 미지의 메아리”라며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연결되는 지점에서만 비로소 창조되고 읽히는 텍스트”라고 평가했다.
!["어린 왕자 기다리며 쓰고, 그리고, 칠했죠"](https://img.hankyung.com/photo/202010/01.24062630.1.jpg)
여기서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작품을 사각, 원형 등으로 오려내고 분할해 화면을 해체하고 재배치한 것. 하나의 작품이 여럿으로 분화되거나 ‘회화적 설치’로 재탄생했다. 알맹이를 뺀 테두리가 작품의 본체가 되기도 했다.
김 작가는 1990년 첫 전시 이후 30년 동안 써온 본명을 지난해 ‘김25’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변화에 대한 갈망이 그만큼 커서일까. 그는 “구구단으로 2×5=10이니까 10년마다 괄목할 만한 변화와 발전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1월 5일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