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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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이틀째 2400을 넘었다. 이달 증시 상승의 배경에는 외국인 매수세가 있다. 반면 개인은 최근 매도 우위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뒤 지난달까지 개인이 증시를 이끌어온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외국인이 매수세를 지속하는 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신흥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격차로 인한 한미 증시의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 항공·여행주 강세도 최근 증시의 특징이다. 증시가 내년 상황을 앞당겨 반영하면서 탈(脫) 코로나19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지수 반등…외국인이 주도

코스피지수가 13일 2403.15에 장을 마쳤다. 전날에 비해 0.02% 떨어졌지만 2400선은 유지했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2404.18에 마감해 지난달 21일 이후 처음으로 2400을 넘겼다. 이날 2400선 유지의 일등 공신은 2082억원어치를 사들인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월초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3558억원어치를 누적 순매수했다. 코로나19 사태 뒤 국내 증시 이탈을 지속했던 것과 달라졌다.

반면 개인은 이날 33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월초 이후 개인의 누적 순매도액은 1조5357억원어치에 달한다. 지난달 28일부터 8거래일 연속으로 순매도했는데 올 들어 이처럼 긴 기간을 연속 순매도한 적은 없었다. 증권사 계좌에 있지만 아직 주식 투자에 쓰이지 않은 ‘고객예탁금’도 지난달 4일(63조2582억원)을 정점으로 이달 8일(54조2160억원)까지 완만한 감소세를 보였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순매수하는 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것과 관련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동안 미국 증시 크게 올라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신흥국 증시의 투자 매력이 부각된 것도 이같은 흐름이 나타난 배경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내년 신흥국 증시의 추가 상승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매수세가 잠잠해진 건 변동성이 높아지는 연말을 앞두고 관망 심리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개인의 매수세가 근본적으로 변화한 건 아니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금리 인상 등 중대한 변화가 없는 한 연말이 지나 상황이 안정되면 개인 자금이 추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미 탈동조화, 여행·항공株 상승

코로나19 사태 뒤 한미 증시가 강한 동조화 현상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디커플링 현상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S&P500지수는 1.40% 떨어졌다. 그러나 7일(한국시간) 코스피지수는 0.89% 올랐다. 12일에는 S&P500지수가 1.64% 올랐지만 13일 코스피지수는 0.02% 하락 마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신흥국 증시가 선진국보다 좋은 성과를 보일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원정 개미가 포트폴리오 구성을 재검토해야하는 시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탈세계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각국 경제의 연결고리가 약화된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뒤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항공주와 여행주의 반등세가 가팔라진 것도 최근 증시의 특징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8개 항공·여행사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24일 5조2523억원에서 이날 6조4761억원으로 12.58%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5.74%)에 비해 가파르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의 조기 승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항공주에 접근해볼만한 시점”이라며 “연말에서 내년 상반기 중 긴급 승인이 나오면 여객 수요 회복 등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