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신발의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기업 창신INC가 오너인 정환일 창신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동흔 씨 회사를 부당 지원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창신그룹에 총 38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창신그룹 CI, 사진=창신그룹 홈페이지
창신그룹 CI, 사진=창신그룹 홈페이지
공정위는 1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창신INC와 해외법인 등 중견기업집단 창신그룹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385억18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창신INC는 정 회장 장남이 최대주주로 있는 서흥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2013년 해외 생산법인에게 서흥에 대한 수수료율 인상을 지시했다. 해외 생산법인들이 2013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구매대행 수수료를 약 7%포인트 인상해주면서 자재 구매대행을 하는 서흥은 총 4588만달러(약 534억원)의 수수료를 확보했다.

해외법인들이 수수료 변경 사유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서흥에 정상가격보다 2628만달러(약 305억원) 비싼 대가를 지급한 것으로 공정위는 풀이했다. 지원금액(2628만달러)은 같은 기간 서흥 영업이익(687억 원)의 44%에 달했다.

반면 서흥을 지원한 창신그룹 해외법인은 경영상태가 악화했다. 창신인도네시아의 경우 2013년 완전자본잠식, 2016년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했다. 청도창신은 2015∼2016년 영업적자 상태였다. 이들은 해외 생산기지에 불과해 모회사의 지시를 거절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원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 서흥은 지원 기간인 2015년 4월 창신INC 주식을 대량 매입해 지분율 46.18%에 이르는 창신INC 2대 주주가 됐다.

공정위는 "창신INC와 서흥이 합병하면 창신INC 최대주주가 정 회장에서 정동흔 씨로 변경돼, 경영권 승계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창신INC는 2018년 9월 서흥과 합병을 검토했으나 편법증여 논란 우려에 이를 실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창신INC의 부당지원행위로 신발자재 구매대행 시장에서 서흥의 독점적인 지위가 강화됐고, 잠재적인 경쟁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봉쇄해 공정한 거래질서가 어지럽혀졌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공정위는 창신INC에 과징금 152억93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부당지원에 동원된 창신베트남에는 과징금 62억7000만원, 청도창신에는 46억7800만원, 창신인도네시아에는 28억14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지원 객체인 서흥에는 과징금 94억6300만원을 부과했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중견기업 집단이 높은 지배력을 보이는 시장에서 발생한 위법행위를 확인·시정했다"며 "부당지원 행위에 동원된 해외 계열사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 첫 사례란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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