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참위는 13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직원들이 2018년부터 피해자를 사칭해 피해자 온라인 모임 게시글을 열람한 혐의(업무방해)에 대해 검찰에 수사요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소속 직원은 본인들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참위는 "조사 결과 해당 직원과 그 가족 구성원들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를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등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참사다. 1994년 제품이 첫 출시된 이후 2011년 사용이 금지될 때까지 43종 998만여개 제품이 판매됐다. 당시 화학제품 안전관리 업무가 여러 부처로 쪼개져 있고 화학물질 관련 규제가 미비했던 것이 피해를 키웠다. 사참위는 제품 사용자가 350만~4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 정부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지원을 신청한 이들만 6880명이다. 이들 중 1563명은 사망했다.
SK케미칼(당시 유공)은 가습기 살균제를 최초 개발해 판매하고 타 업체들에 원료물질을 공급한 회사다. 애경산업은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인 '가습기 메이트'의 판매사다.
사참위에 따르면 직원들의 피해자 사칭·사찰 행위에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회사 차원에서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드러났다. 사참위는 "올해 1월 SK케미칼은 소속 직원이 사참위로부터 출석요구를 통보받자 해당 직원의 업무용 컴퓨터를 교체했다"며 "해당 직원은 사참위 조사 전에 SK케미칼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사무실을 방문해 피해자 온라인 모임에 로그인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애경산업 직원은 작년 초 피해자 온라인 모임에 가입한 뒤 수집한 피해자 정보를 주간보고 등의 형태로 상급자에게 보고해왔다"고 했다.
최예용 가습기살균제참사진상규명소위원장은 "피해자들에 대한 가해 기업들의 생각이 어떠한지 그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가해 기업들은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참위는 사회적 참사 특별법에 따라 2018년 12월 11일부터 조사 활동을 시작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특조위의 활동 기간은 1년으로 기간 연장은 한 차례 가능하다. 이미 한 차례 활동 기간을 연장한 특조위의 활동 기한은 올해 12월 10일까지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