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일대 전경(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일대 전경(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지방광역시에서 아파트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었던 3분기에 청약경쟁률도 치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분양가 논란과 각종 사건·사고에도 '묻지마 청약'식으로 청약자들이 몰렸다. 지역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는 규제지역이 될 것이라는 추정까지 제기되고 있다.

1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21대 1을 나타내 지난해 같은 기간(16대 1)을 웃돌았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나타낸 지역은 부산이었다. 부산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82대 1을 나타냈다.

다음으로 서울(64대 1), 울산(23대 1), 대구(18대 1), 충남(18대 1), 대전(16대 1) 등의 순이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을 앞두고 막판 공급이 있었던 서울과 분양권 전매제한을 앞두고 아파트가 분양됐던 지방 광역시에서 뚜렷한 인기를 나타냈다.

부산에서 3분기 세자릿수 평균 경쟁률만 3곳

부산에서는 평균만으로 세자릿수 경쟁률이 잇따라 나왔고 수년 만에 분양시장이 열린 울산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부산에서는 ‘대연푸르지오클라센트(158대 1)’, ‘레이카운티(121대 1)’, ‘연제SK뷰센트럴(167대 1)’ 등 3개 단지가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울산의 경우 ‘더샵번영센트로(77대 1)’, ‘번영로센트리지(26대 1)’, ‘태화강유보라팰라티움(12대 1)’ 등이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처럼 청약에 관심이 높았던 이유는 지난달 22일부터 지방광역시 비규제지역 아파트 분양권에 대한 전매제한이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부산, 대구, 울산, 광주 등에서 공급되는 민간아파트 분양권이 대상이다. 정부가 지난 5월 단기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에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발표한 내용에 포함되어 있다가 4개월여만에 시행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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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을 앞두고 예비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3분기 지방 광역시 분양시장은 활황을 맞았다. 앞서 규제까지 풀렸던 부산에서는 열기가 더했다. 부산은 지난해 11월 해수동(해운대 수영 동래구)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전지역이 비규제지역이 됐다. 비슷한 시기에 수도권에서는 규제가 강화되면서 원정투자들이 유입됐다. 동시에 주변 중소도시들의 수요들도 빨아들었다.

최근 1년간 지방 광역시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도 부산 수영구였다.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이 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을 분석한 결과 부산 수영구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 가격은 지난 8월 2111만8000원으로 작년 같은기간(1551만4000원) 보다 36.13% 상승했다.

집값이 상승하면서 청약에서도 신기록이 나왔다. 높은 경쟁률만큼 말도 많았다. 6만명 가까이 몰리면서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남구 대연동 대연푸르지오클라센트는 '청약 재추첨'이라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감정원의 오류로 추천을 다시하면서 당첨자와 탈락자가 뒤바뀌게 됐다. 기존 동호수 추첨도 변경됐다. 이로 인해 전용 74㎡A형에서 162 공급가구 중 108가구의 주인이 바뀌게 됐다.

연제구 거제동에 공급된 레이카운티는 특별공급과 1순위 청약을 합쳐 청약자가 20만명을 넘었다. 부산에 사상 최대의 청약자수를 기록했다. 일대의 공인중개사들은 억대의 웃돈(프리미엄)을 당첨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불법 전매나 다운계약 등이 예상되는 터다.

고분양가 논란· 사상 초유 재추첨·20만명 청약 등 발생

고분양가로 국정감사장까지 불려나왔던 '쌍용 더 플래티넘 사직아시아드' 마저 미계약분에 대한 무순위 청약 경쟁률은 728대 1에 달했다. 전용 59㎡의 2가구를 모집하는데, 1456명이 몰린 결과다. 이 단지는 지난 6월 분양 당시 '3.3㎡당 2865만원으로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9억9847만원'이라고 공고해 관심을 모았다. 당시 부산시의 평균 분양가격은 3.3㎡당 1327만원이어서 분양가가 두 배가 넘었다. 국토교통위 소병훈 의원이 '고분양가로 책정해 고의적으로 미분양을 유도한 시장교란행위'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광역시 청약이 각종 사건으로 얼룩지는 동안에도 청약자들은 몰렸다. 이유는 치솟는 집값과 규제 임박설 때문이다. 분양권은 일종의 보험처럼 '일단 받고 보자'는 분위기가 지역 내에서 퍼져 있다. '분양권이라도 쥐고 있어야지', '분양권 팔아서 집값이나 전셋값이라도 보태고 있어야지' 등의 심리다.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려 분양권은 더욱 몸값을 높이고 있다.

부산은 불과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침체된 지방 시장의 대표적인 지역이었다. 부산은 2016년 11월 부산 4개구(해운대구·연제구·동래구·남구·수영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기 시작한 이후로 규제지역에 들고 날기를 반복했던 지역이다. 1년에 한 번 이상은 규제지역이 조정됐다. 부산의 집값은 2018~2019년 단 한주도 빠지지 않고 연속 하락하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기간동안 분양 시장도 동반 침체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부산의 아파트 평균 매매값은 지난해 3.56% 하락했고 전셋값도 3.19% 떨어졌다. 울산은 더 했다. 조선, 자동차 등 지역경제 침체와 더불어 집값도 하락했다. 지난해 아파트 매매는 4.53%, 전세는 6.25% 급락했다.

침체됐던 부산·울산 집값, 올해들어 급등…"회복일까 과열일까"

하지만 올해들어 '과도하게 떨어졌다'는 심리와 수도권 중심의 규제에 따른 반사효과로 집값은 반등을 시작했다. 10월 첫 째주까지 부산에서는 누적 아파트 매매값 상승률이 2.03%, 울산에서는 4.42%를 나타내고 있다. 지역 내에서는 '회복'이라고 보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이나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과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기 주거지역에서는 분양권과 집값이 수억원씩 올랐다. 부산진구 래미안어반파크(2616가구)는 전용 84㎡의 분양권은 지난 6월 8억831만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10월에 5억1000만~5억2000만원대에 거래됐건 물건이다. 1년 만에 3억원이 뛰었다.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은 전용 84㎡가 지난달 8월 14억1000만원에 거래됐고, 지난달에도 12억8000만원에 매매됐다. 나와있는 매물의 호가는 15억원에 달한다. 작년 7월까지만해도 5억원 중후반에서 수년째 정체를 보였던 아파트다. 올해 5월에 10억원을 돌파하더니 우상향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분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게 됐다. 레이카운티에 예비당첨자로 뽑혔다는 김모씨는 "집값이 너무 올랐고, 규제지역 되면 대출이 막힐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있다"며 "공인중개사들이 적어도 웃돈이 3억~4억원은 될 것이라고 하는데, 나에게도 순서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의 대장 아파트인 문수로 아이파크는 전용 84㎡의 집값이 1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2단지에서는 지난달 9억9000만원에 거래가 나왔다. 지난해 9월에는 5억8500만~6억3000만원에 매매됐던 주택형으로 1년 해 4억원이 뛴 것이다. 최고 청약경쟁률의 더샵번영센트로와 마주한 번영로 두산위브 역시 지난달 7억4800만원(전용 84㎡)에 매매가가 나왔다. 분양가(최고가 기준, 6억2020만원) 보다 1억원 이상 높게 거래됐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지방은 광역시를 중심으로 청약수요가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동안 단기 차익을 노리는 청약수요가 감소하면서 청약경쟁률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