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동산 펀드들이 일본 오피스빌딩 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나빠진 기업과 재택근무로 사무실 면적을 줄이려는 기업이 내놓는 빌딩을 싼값에 사들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캐나다의 대형 부동산 펀드인 벤틀그린오크(BGO)는 앞으로 2~3년간 일본 부동산 시장에 최대 1조엔(약 1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BGO는 세계 24개 도시에 거점을 두고 490억달러(약 56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펀드 운용회사다. 지난 4월엔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PAG가 새로 조성한 펀드에서 최대 8000억엔을 4년 동안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부동산 펀드 중 하나인 브룩필드도 최근 도쿄에 사무실을 열었다.

부동산 펀드들이 일본 시장으로 달려가는 것은 오피스빌딩 부문 큰 장이 설 것이란 기대에서다. 코로나19 타격을 받은 기업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불필요한 부동산 자산이나 비핵심 부동산 자회사를 대거 매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니 칼시 BGO 최고경영자는 “일본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재택근무 정착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오피스빌딩도 투자 대상이다. 글로벌 부동산 펀드들은 일본의 주택 면적이 좁고 정보기술(IT) 인프라가 부실하기 때문에 조만간 오피스빌딩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한 부동산을 몇 년 뒤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하기에도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초저금리 때문에 운용난을 겪는 연기금·공제회와 보험사 등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조금이라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투자를 늘리고 있어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