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연금공단 "채권비중 줄이고 대체투자 늘리겠다"
사학연금공단은 최근 해외 주식 운용에서 패시브(지수 추종) 부문은 직접 운용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개정했다. 연간 수십억원가량 드는 위탁수수료를 절감하겠다는 취지다. 사학연금은 국내 주식의 경우 약 40%를 자체 운용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이규홍 자금운용관리단장(CIO·사진)이 취임한 이후 계속되고 있다. 그가 기금 운용을 진두지휘한 뒤 사학연금은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누적 수익률은 2.49%로, 주요 연기금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학연금 운용 자산은 약 19조4700억원(9월 말 기준)이다.

이 단장은 “공적 연기금은 ‘중장기 전략적 자산 배분 계획’에 충실하게 운용하므로 단기 주식시장 전망에 따라 투자 비중을 급격히 높이거나 줄이는 식의 쏠림을 경계한다”며 “다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3월에 주식이 급락했을 땐 경기 침체 전망과 금융시장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더 매수한 덕분에 성과가 상대적으로 좋았다”고 설명했다. 원칙적으로 중장기 전략적 자산 배분에 충실하되 전술적인 판단도 일부 가미했다는 얘기다.

이 단장은 최근 시장의 관심이 큰 대체투자 부문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밸류에이션(적정 가치) 부담이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권금리가 낮아 위험자산의 할인율이 떨어지다 보니 자산 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채권금리가 너무 낮다 보니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더라도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사학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자산의 약 21%다. 국내와 해외 비중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이 단장은 “인프라와 부동산, 기업금융(사모투자) 부문에 각각 3분의 1을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학연금의 대체투자는 대출(debt)보다 지분(equity)투자가 많은 편이다.

이 단장은 “사학연금의 채권 비중이 40%에 달하는 만큼 수익을 내려면 대체투자의 경우 지분투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저금리 기조를 반영해 중장기적으로 채권 비중은 줄여 나가고, 대체투자 비중을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사학연금의 중장기 전략적 자산 배분 계획에 의하면 2024년 채권과 대체투자 비중은 각각 약 30%다.

이 단장은 코로나19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올 3월 같은 급락장이 있을 땐 좀 더 적극적으로, 액티브하게 운용할 계획”이라면서도 “다만 내년 1분기까지 봤을 때 위험자산이 그렇게 나쁠 것 같진 않다”고 내다봤다. 실물경기가 회복되기 전까진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주식시장 등 위험자산 시장이 급격히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사학연금은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 참여자로 인증을 받았고, 내년부터 적극적인 주주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이 단장은 “책임 투자를 위한 주주 활동과 관련해서는 많은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가령 글로벌 전문리서치 기관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점수를 산정한 결과를 보면 동일한 기업에 대해서도 결과가 제각각”이라며 “ESG 투자가 수익률과 일정 부분 맞교환하는 요소라는 우려가 있는 만큼 최대한 객관화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리안/이상은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