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FM '함춘호의 포크송'…국내 첫 포크 전문 프로그램
DJ 도전 함춘호 "한 방향으로 기운 대중문화, 포크가 위로 되길"
"제가 첫 세션 녹음을 1981년에 시작했으니 햇수로는 40년이 됐어요.

어떻게 보면 시대를 넘어가는 변환점에 항상 있었네요.

"
한국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손꼽히는 함춘호는 우리 대중음악의 산증인과도 같은 인물이다.

조용필, 송창식, 양희은, 이문세, 김광석, 김현식 등 동시대 최고의 음악인들부터 토이(유희열), 성시경, 박효신, 아이유 등 후배 세대까지 수천 장의 대중음악 앨범에 그의 기타 연주가 담겨 있다.

'함춘호의 기타가 없는 한국 대중음악은 상상할 수 없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그런 그가 직접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는 어떨까.

함춘호가 처음으로 라디오 DJ를 맡은 프로그램이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11일 시작된 TBS FM(95.1㎒) '함춘호의 포크송'이다.

매주 일요일 오전 7시에서 8시까지 1시간 동안 전파를 탄다.

국내 최초의 포크 음악 전문 프로그램으로, 함춘호가 직접 모든 곡을 선곡한다.

최근 마포구 TBS 사옥에서 만난 함춘호에게 첫 방송 소감을 묻자 그는 "태생이 DJ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실제로 그는 술술술 막힘없는 언변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DJ 도전 함춘호 "한 방향으로 기운 대중문화, 포크가 위로 되길"
그는 "프로그램 제의를 받았을 때 좋은 의미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음악산업이 시스템화돼 있지만 다양한 장르가 공존해야 대중문화가 건강해진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음악을) 쉽게 버리고 그러다 보니 너무 쉽게 얻을 수 있잖아요.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현 대중문화의 기울음 속에도 숨겨져 있는 마음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을 위로하고 불러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덥석 물게 됐죠."
첫날 선곡 주제는 '행복'으로 잡았다.

청취자에게 "우리는 참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스토리가 있는 선곡을 짰다.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에서 시작해 김민기의 '가을 편지'를 거쳐 성시경과 아이유의 '그대네요', 십센치의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그리고 들국화 '축복합니다', 조동진의 '행복한 사람'까지 신구 명곡을 아우른다.

"자기의 이야기를 미니멀한 사운드로 할 수 있다면 그게 포크"라고 말하는 그는 명사를 초대하기보다 "차라리 비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도 했다.

포크를 잘 모르는 청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생각하느냐고 묻자 "당연하죠, 포크가 뭐 권세인가요?"하는 답이 돌아왔다.

"포크의 시작은 메시지였거든요.

간단한 기타로 곡을 만들고 부르고, 그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팬덤이 형성되고요.

세월이 흘러 그 사람들이 기성세대가 됐을 때도 젊은 시절의 뜨거웠던 마음을 가져갈 수 있는 건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
그는 "방탄소년단도 결국 희망적 메시지를 담아 부른 노래가 스스로 팬덤을 형성하게 됐다고들 한다.

아이돌 음악인데 메시지가 있다는 게 평론가들의 이야기"라며 "포크가 가진 의미도 실은 그렇다"고 짚었다.

그런 의미에서 포크는 50∼60대의 향수를 되살릴 뿐 아니라 20∼30대에게 새로운 공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품고 있는 음악이다.

함춘호는 프로그램에서 소개하기 위해 뽑아 놓은 뮤지션 리스트가 많다고 귀띔했다.

프로그램 시그널 송도 그가 직접 만들었다.

DJ 도전 함춘호 "한 방향으로 기운 대중문화, 포크가 위로 되길"
함춘호는 1981년 이광조의 '저 하늘의 구름 따라' 음반에 참여하며 세션 활동을 시작했고, 하덕규와 함께한 전설적 포크 듀오 '시인과 촌장'으로 1986년 공식 데뷔했다.

그가 참여한 시인과 촌장 2집 '푸른 돛'은 한국 대중음악 명반 중 하나로 남았다.

전문 연주자로 활동하며 대학 실용음악과 교수로 후학도 길러왔다.

최근에는 가객 송창식의 음악적 동반자로 함께 무대에 서 왔다.

그는 "아티스트는 창작에 좀 더 특화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 뮤지션은 그런 아티스트를 서포트하는, 기능을 갖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가르치는 학생들)과도 '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니? 뮤지션이 되고 싶니?'하는 고민을 하게 되더라"며 "전 뮤지션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연주인의 덕목은 확고하다.

그가 든 비유도 명쾌했다.

"누군가의 음악을 빛내줘야 한다면 청중의 입장이 돼야 하죠. '도떼기시장'처럼 모여서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마추어 밴드예요.

좋은 음악을 한다는 것은 좋은 대화를 하는 것과 같아요.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 맞장구쳐 주고 어떻냐고 의견을 물어볼 때 충분히 대꾸해주고, 그런 걸 아주 '폼나게' 하는 게 좋은 연주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