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월 기준금리를 현행 0.50%로 동결했다. (사진 = 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월 기준금리를 현행 0.50%로 동결했다. (사진 = 한국은행)
한국은행은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10월 기준금리를 현행 0.50% 동결을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가계부채 급증 등 금융불균형을 더 우려한 것이다.

지난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최근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낙관적 기대로 과도하게 상승한 측면이 있는 만큼 통화정책 운영시 금융안정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가계대출 중에서도 신용대출 증가세가 주식, 부동산 시장에서의 레버리지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제는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를 통해 가계부채가 여전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은행 가계대출은 9조6000억원 증가한 967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9월 기준으로 한은이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래 최대치다. 역대 최대 증가세를 기록했던 8월(11조7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주담대 중 전세자금대출도 3조5000억원 증가하면서 8월(3조4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이번달에도 공모주 청약을 위한 개인신용대출이 급증했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로 유명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 5~6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진행했다.

청약 마지막날인 6일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대비 5조1930억원이나 급증했다. 빅히트 청약엔 증거금만 58조4236억원이 들어오면서, 경쟁률은 607대1에 달했다. 개인투자자는 청약증거금 1억당 2주씩을 받고 나머지 증거금은 돌려받게 된다.

하지만 환불금은 마이너스통장으로 다시 들어가기보다는 주식투자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번 카카오게임즈 청약 때도 삼성증권에서 환불계좌로 은행을 지정한 고객은 10%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 혈세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국가채무가 2021년 59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에는 9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민 혈세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국가채무가 2021년 59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에는 9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불균형 우려에 금통위 기존 입장 '재확인'…美 대선 불확실성

이처럼 금융불균형이 확산되면서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달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추가 인하에 대해 의견을 낸 위원은 없었다.

지난 9월 수출과 물가도 호조를 보인 만큼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명분도 없는 상황이다. 9월 수출은 7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로 6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9월 수출증가율이 예상을 뛰어넘고, 이번달 수출 증가율은 일평균으로 플러스로 전환했다"며 "물가 역시 여름 장마, 집세 등 영향이 있지만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금통위는 이번달에도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할 것으로 보인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금리 정상화 과정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금융불균형 우려에도 코로나 등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언급하며 기존 스탠스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 대선과 같은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점도 금통위의 스탠스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에 힘을 싣는 요소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에 대한 판단은 11월 전망을 통해 명확하게 전달할 기회가 있다"며 "대선이라는 큰 불확실성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경기 판단을 상향하거나 희망적인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최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하향한 점 등을 감안해 경기가 점차 나아질 것을 기대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