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 아들에게 보낸 답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14일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조카(A씨 아들)는 대통령 편지를 받고 무덤덤했다. (편지 내용이) 딱 예상했던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볼 때 조카도 큰 기대가 없었다. 그래서 크게 실망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전날 이래진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답장에 대해 "(A씨) 아들이 절규하는 마음으로 쓴 편지의 답장이라곤 생각하기 어려웠다. (동생의 죽음이)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다"며 "(답장은) 손편지가 아닌 컴퓨터로 작성된 문서로 A4용지 한 장 남짓한 분량이다. (편지 내용은) 대통령이 그동안 언론을 통해 수차례 밝혀왔던 내용이고 더 추가된 대책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자 일부 친여 성향 네티즌들은 "바쁜 대통령이 직접 자필로 (편지를) 써줘야 하느냐. 저 정도 답장을 써줬으면 됐지 뭐가 불만인가" "업무가 바쁜 대통령께서 편지까지 보냈으면 고마운 줄 알아라" 등의 의견을 남기며 이씨를 비판했다.

반면 보수 야권에선 문 대통령의 답장이 진정성이 부족하다며 공세를 펼쳤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피격 공무원 아들의 손편지와 대통령의 타이핑 편지, 진정성과 애절함이 뚜렷이 대조된다"며 "타이핑으로 쳐서 프린터로 출력한 대통령의 의례적 인쇄물 편지, 대통령 친필 서명조차 없는 활자편지, 대통령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논란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의 서한은 대통령께서 먼저 육필로 쓴다. 메모지에 직접 써서 주면 비서진이 받아서 타이핑한 뒤 전자서명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야당 일부와 언론이 편지가 타이핑이란 점 문제삼고 있는데 타이핑이 왜 논란 소지가 돼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외국 정상 발신 친서도 타이핑을 하고 전자 서명을 하고 있다"면서 "대통령께로 오는 외국 정상 친서도 타이핑한 것이다. 정상 친서뿐 아니라 빌 게이츠 회장, 그룹 유투(U2)의 보노가 보낸 편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구두메시지가 담긴 서한 역시 그렇게 타이핑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아래는 문 대통령의 편지 전문.

아드님께

내게 보낸 편지를 아픈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안타까움이 너무나 절절히 배어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렸습니다.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합니다. 나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아버지 일로 많이 상심하며 걱정하고 있습니다.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한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해경과 군이 여러 상황을 조사하며 총력으로 아버지를 찾고 있습니다.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드님도 해경의 조사와 수색결과를 기다려주길 부탁합니다.

아드님과 어린 동생이 고통을 겪지 않고 세상을 살수 있도록 항상 함께하겠습니다.
강한 마음으로 어머니와 동생을 잘 챙겨주고 어려움을 견뎌내 주길 바랍니다

2020년 10월 8일
대통령 문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