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65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서울도시건축전시관 1층 옥상정원에 설치한 첨성대 조형물(사진)을 4개월여 만에 철거했다. 서울 시내에서 아름다운 산책길로 꼽히는 정동길 입구에 우뚝 솟은 모습이 주변 경관을 해치는 데다 흉물스럽다는 지적까지 나오자 내린 결정이다. 서울시가 불필요한 조형물을 세워 성과를 보이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거둬들이는 전례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전날 밤 기중기를 동원해 서울시청 본관 맞은편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옥상에 세워져 있던 첨성대 조형물을 헐었다. 이 조형물은 첨성대를 그대로 본떠 제작해 높이가 9.17m에 달하는 작품으로 지난 5월 순천만 정원에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시는 당시 “버려진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1347개를 이어붙여 만든 이 조형물에서 내뿜는 빛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몸과 마음이 지친 시민들을 위로해줄 것”이라고 작품 설치 의도를 밝혔다.

하지만 조형물을 마주한 시민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서울 한복판에 맥락도 없이 들어선 대형 조형물이 어색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의 설계 의도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덕수궁과 성공회 성당 등 주변 역사·문화 자원과의 조화를 위해 지상 1층~지하 3층 구조로 낮게 지어진 반면 높이 솟은 첨성대 조형물은 다른 문화재를 가리는 등 되레 미관을 해쳤다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시가 세운 조형물과 관련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서울로7017 개장 기념으로 설치한 ‘슈즈트리’가 구설에 올랐다. 헌 신발 3만여 켤레로 만든 이 작품은 외관도 기괴한 데다 비를 맞자 악취까지 풍겨 많은 비난을 받았다. 결국 1억4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한 슈즈트리는 9일 만에 철거됐다.

한편 이날 첨성대 모형물을 순천만 정원에서 현재 부지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은 “체불 임금 5936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모형물에 부착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형물을 제작한 작가 개인의 채무 관계로 서울시가 나서긴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