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핑·타이틀리스트 사용
노브랜드 골프장갑 홍보도
기성품은 싫어…'피팅파'도
윤석준 CEO, 타이틀리스트 써
김정완 회장, 맞춤형 '발도'

얼리어답터부터 ‘실험파’까지
골프장비 및 기술을 깊게 파고드는 골퍼를 ‘시리어스 골퍼’라고 부른다. 흔한 말로 ‘골프덕후’다. 여러 기업을 경영하는 회장들 중에도 이런 덕후가 많다. 시장에도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회장님의 선택’에 공을 들이는 용품업체도 늘고 있다.정 부회장은 여러 브랜드의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직접 써보고 네티즌과 공개 대화를 즐긴다. 그래서 별명이 ‘공답요정’(누가 어떤 질문을 해도 친절히 답변해주는 사람)이다. 골퍼들과의 일상적 소통 와중에 ‘깨알 홍보’를 슬쩍 곁들이기도 한다.
얼마 전엔 두 장에 9800원 하는 ‘노브랜드 골프장갑’을 낀 모습과 스윙영상을 SNS에 올렸는데, “이제부터 브랜드가 됐다”에서부터 “마지막 영상에서 빵 터졌다” “회장님 영업인데 친근하다”는 등의 댓글이 2만8000여 개나 달렸다. 골프마니아 기질을 살려 자사 브랜드 홍보맨을 자처한 것이다. 노브랜드는 신세계그룹 계열 이마트의 자체상표(PB)다.
방탄소년단(BTS)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윤석준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도 시리어스 골퍼로 부를 만하다. 그는 최근 타이틀리스트 피팅숍을 찾아 클럽을 맞췄다. ‘피팅 지식이 상당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시간이 곧 돈’인 기업인들이 고반발클럽 또는 기성품 세트를 그대로 가져가 사용하는 경우와 다르다. 한 골프용품 회사 관계자는 “골프광으로 알려진 모 회장은 신제품이 나오자마자 택배 시간까지 단축하려 퀵서비스로 클럽을 가져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아예 ‘회장님 클럽’이란 별칭이 붙은 제품도 있다. 올블랙 디자인으로 유명한 PXG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스포츠마케팅연구담당 사장,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등이 이 클럽을 캐디백에 넣고 다닌다. 주요 미디어 기업 총수는 특이하게도 미즈노를 쓰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 체형에 잘 맞는다는 이유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실험가’ 스타일의 대표적 사례는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이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을 겸하고 있는 구 회장은 여러 브랜드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국내 중소기업 다이아윙스의 ‘싱글 렝스(length) 아이언’인 SL2를 쓴다. 싱글 렝스 아이언은 모든 아이언의 길이가 같은 클럽을 말한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 챔프 브라이슨 디섐보(27·미국)가 쓰면서 사용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업계 “VVIP의 선택은 매출 이상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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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브랜드는 ‘VVIP 전용 공간’을 마련해 운영하기도 한다. 물론 최종 선택은 회장님들의 몫이다. 자신과 맞지 않으면 쓰지 않기 때문이다. 한 스포츠 광고업계 관계자는 “입소문이 저절로 난다면 그만한 홍보효과도 없다. 브랜드들도 그걸 기대한다”며 “노골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것이라 소비자들의 공감도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