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논설실] 세상을 바꾸는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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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론과 행동경제학
아무래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게임이론이다. 한 사람의 행위가 다른 사람의 행위에 미치는 상호의존적, 전략적 상황에서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연구하는 분야다. 1994년 존 내시가 게임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이후 이 분야에서 세 차례나 수상자가 나왔다. 그 시작은 폰 노이만(1903~1957)과 오스카 모르겐슈테른(1902~1977)이 1944년 펴낸 '게임이론과 경제행동'이란 책에서 비롯됐다.
![[여기는 논설실] 세상을 바꾸는 경제학](https://img.hankyung.com/photo/202010/01.24085379.1.jpg)
◆래퍼곡선과 불균형 성장이론
![[여기는 논설실] 세상을 바꾸는 경제학](https://img.hankyung.com/photo/202010/01.24085404.1.jpg)
경제학과 정책의 역사에서 빠지지 않는 에피소드 중 하나가 '휴지(냅킨)에 그린 래퍼곡선'이다. 경제학자 아더 래퍼(1940~)가 1974년 미국 워싱턴의 한 식당에서 저명 언론인, 정치인 등과 이야기하다 세율이 조세수입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며 그렸다는 스토리다. 조세수입이 적정세율에 이를 때까지는 늘어나다가 그 지점을 지나면 오히려 줄어들어 엎어놓은 사발 모양의 '역(逆)U자' 형태를 띤다는 가설이다. 실제로 감세정책을 편다고 이론처럼 조세수입이 늘어날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로널드 레이건 정부가 이를 과감하게 채택해 1980년대 미국 경제 성장의 기반으로 삼았으며, 공급경제학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레이건의 결단이 없었으면 현실 적용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처방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이슈의 연구 열기가 뜨거워졌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좌파적 이론 기반에서 스타가 되기도 했지만 작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비지트 배너지와 에스테르 뒤플로 부부(MIT 교수)도 못지 않다. 이들이 기존의 상식과 학계의 주장에 근본적 문제제기를 한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Good Economics for Hard Times)이란 책도 눈길을 끈다. 현실과 괴리된 경제학 이론에 대한 회의가 그만큼 컸다는 얘기일 수 있다.이들은 예를 들어, '못 사는 나라의 이주민이 국내에 많이 유입되면 일자리가 줄어들까'라고 책에서 묻는다. 그리고는 미국 마이애미 사례를 들어 오히려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관리자급의 고임금 일자리가 늘어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된 경우도 있었다고 소개한다. 1990년대 중후반 덴마크에서도 이민자가 유입된 도시에서 현지인 노동자들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왔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방글라데시에서 무담보 소액대출 운동을 벌인 무하마드 유누스(1940~)도 언급할만 하다. 그가 1983년 설립한 그라민은행은 극빈자에 대한 무담보 대출을 하고도 대출 회수율이 99%에 육박해 흑자전환했다. 그는 그라민은행과 함께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는 영예를 누렸다.
이렇듯 경제학은 상아탑에 갇혀 있기보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을 내놓는 학문으로 발전할 때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게 된다. 한국 경제의 여러 이슈들에 천착하면 세계적 연구 조류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연구자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다.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운 일련의 비주류 학자들이 정권 핵심에 들어가 실험을 하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허탈감도 이해 된다. 그러나 한국이든 미국이든 세계 어디든 정책으로 채택될 수 있는, 현실 설명력을 가진 연구 성과들이 국내에서도 꾸준히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해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발표가 나면 또 한번 생각하게 하는 주제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