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감독당국의 ‘공모주 강매’ 규제 덕분에 결과적으로 증권사들이 큰 돈을 벌게 된 뜻밖의 사태가 발생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금융감독당국은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거래소의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는 증권사들에게 전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규제를 적용해왔다. 바로 공모주 ‘강매’다. IPO 주관 증권사들은 공모주식의 2~5%(최대 1억4700만달러어치)를 의무적으로 매입해 최소 2년간 의무보호예수해야 한다. 즉 2년은 매각하지도 못하고 강제보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처음 중국 금융감독당국이 공모주 강매 조치를 꺼내들었을때 증권사들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해외 증권사뿐 아니라 중국 증권사도 중국 증시의 큰 변동성이 걱정거리였기 때문이다. 상장 후 2년 동안이나 공모주를 강제보유하게 되면 시장 변동에 따라 IPO 주관 수수료보다 더 큰 손실을 보는, 이른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IPO 주관 증권사에게 공모주를 인수하게 하고 의무보호예수 조건을 부여하긴 하지만, 중국에 비해서는 훨씬 완화돼 있다. 공모주가 대규모 미매각될 경우에만 증권사가 거액을 들여 실권주를 떠안게 되는 정도다.

하지만 커촹반 설립 1년이 지난 현재 커촹반에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하면서 강매당한 공모주가 뜻밖의 고수익을 돌려주게 됐다. WSJ에 따르면 커촹반의 역대 20대 대형 IPO를 기준으로 증권사들은 35억위안(약 5억1900만달러·5976억원)어치의 공모주를 매입했다. 14일 종가 기준 이 공모주들의 평가액은 1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수익률은 100% 수준이다. 현재까지 커촹반에 180개 이상 기업이 상장했기 때문에 중국 및 해외 증권사들이 커촹반 공모주 강제투자로 벌어들인 수익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덕에 중국 투자은행 CICC, 하이통증권 등은 쏠솔한 투자수익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었다. 커촹반 IPO를 주관하는 외국 증권사는 현재까지는 UBS가 유일하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