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수은)이 1구좌에 20억원 넘는 골프장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억원 짜리 초고가 골프장 회원권 보유한 수출입은행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김포갑. 사진)이 15일 각 공공기관으로부터 '골프장 회원권 보유현황'을 제출받은 결과 가장 비싼 회원권은 수은이 보유한 경기도 용인 코리아CC 회원권이었다. 1구좌에 22억4840만원 규모였다.

수은이 보유한 회원권 가격은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이라는 게 김 의원의 분석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1구좌 10억원인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기는 했지만 수은의 절반 가격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체 금액으로 수은보다 많은 회원권을 보유한 공공기관은 한국은행 7구좌 35억5500만원, 신용보증기금 3구좌 25억원 등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자료를 제출한 공공기관들은 이처럼 비싼 가격의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한 이유로 ‘대외업무’를 꼽았다. 그러나 이용자 관리와 구체적 사용내역은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사용내역을 관리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기관은 직원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대외업무를 위해서 사용했다면 내부인사 누가, 외부인사 누구랑 사용했는지 사용내역을 밝혀야 하는데 그런 내역이 전혀 없다"면서 "수년 동안 주말마다 거의 빠짐없이 사용한 내역으로 볼 때 내부의 임원 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실이 실제로 골프장 몇 곳을 특정해 입수한 최근 3년간의 이용내역을 보면, 지난 2017년 8월부터 올해 9월까지 대부분의 주말마다 골프장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하루에 3차례 이상 사용한 날도 다수였다.

또한 김 의원실이 골프장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는 공공기관들의 직원들에게 골프장 이용여부가 가능한지를 물었으나 대부분 “상식적으로 임원 비서실에서 예약관리를 하고 있는 골프장 회원권을 직원들에게 사용하라고 한들 스스로 사용하겠다고 찾아가는 직원이 어디 있겠느냐”는 답변이 나왔다.

특히 35억원이 넘는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3년간 1회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총재가 골프를 즐겨하지 않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 의원은 "이를 종합해보면 당초 대외업무용이라는 목적도 그리고 임원 전용이 아닌 직원들과 함께 사용하는 회원권이라는 주장도 무색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을 많이 상대하는 기관별 특성상 골프 회원권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값비싼 회원권을 보유하고 대외업무용으로 사용하는지 아닌지조차 모르게 관리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수년간 사용하지 않았다면 대외업무용이라는 매입목적도 믿기 어렵다”면서 "차제에 이렇게 비싼 회원권을 끌어안고 있을 것이 아니라, 처분을 하거나 좀 더 저렴한 회원권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