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변호인, 시연·용어 놓고 곳곳서 날선 신경전
검찰 "동양대 표창장 위조 30초면 된다"…법정서 시연(종합)
검찰이 자녀 입시비리 등으로 재판을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직접 딸 조모 씨의 표창장을 위조한 것이 확실하다며 법정에서 직접 표창장을 만들어 출력해 보였다.

검찰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속행 공판에서 "피고인의 딸이 받았다는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은 위조된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미리 준비해온 프린터와 실제 동양대에서 사용하는 상장 양식 용지로 법정에서 상장을 제작했다.

이는 재판부가 앞선 공판에서 검찰 측에 "정 교수가 만들었다는 방식대로 표창장을 제작하는 것을 처음부터 보여주면 좋겠다"고 요청한 데에 따른 것이다.

정 교수 측은 검찰의 주장대로 표창장을 만들어내려면 포토샵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이미지 보정 등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는 '컴맹'인 정 교수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해왔다.

당초 검찰은 재판부의 요청에 "(위조가 명백해) 그럴 필요도 없다"며 잘라 말했지만, 이날 시연에서 공개적으로 상장을 만들어 출력한 뒤 "채 30초도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측은 전문 이미지프로그램을 써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했지만, 실제로는 정 교수가 잘 안다는 MS워드 프로그램으로도 쉽게 제작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이 "검찰의 시연 방식이 공소사실에서 언급된 내용과 다르다"고 반박하자, 재판부가 "의견서를 내 주장해달라"며 장내를 정리하기도 했다.

검찰과 변호인의 신경전은 곳곳에서 계속됐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힌 정 교수의 위조 날짜를 '위조데이'라며 반복해 언급하자 변호인은 "검찰이 작명하고 있다"면서 "지난번 정 교수의 '강남 빌딩의 꿈'처럼 신문 기사에나 나올 '위조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의도가 드러난다"고 반발했다.

양측의 대립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잠시 협의를 거친 뒤 "지금부터는 '위조한 날'로 말해달라"고 검찰 측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날 '위조데이'·'부모찬스'·'지인찬스'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정 교수 측을 압박했다.

오후에 진행된 서증조사에서 검찰은 정 교수 측이 딸의 영어 실력을 '전가의 보도'로 휘둘러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연내에 1심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정 교수의 재판은 지난달 24일 마지막 증인 신문을 끝으로 검찰·피고인 양측의 서증조사와 결심 공판만을 남겨두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