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이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올 들어 이달 둘째주까지 전셋값 누적 상승률이 11.09%를 기록한 울산의 한 아파트.   /한경DB
전세대란이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올 들어 이달 둘째주까지 전셋값 누적 상승률이 11.09%를 기록한 울산의 한 아파트. /한경DB
“이 단지 전세 매물을 몇 주째 기다리던 신혼부부가 있었는데 결국엔 포기했어요. 결혼 날짜가 얼마 안 남아서 결국 다세대 빌라를 알아본다고 하더라고요.”(울산 남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 인근 K공인 대표)

지난 7월 31일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뒤 벌어진 전세대란이 서울과 수도권을 거쳐 지방까지 확산됐다. 전국 곳곳이 전세 매물 품귀와 가격 급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방 아파트 전셋값까지 억대 급등

울산은 이달 들어 전세난이 가장 심각해진 지역으로 꼽힌다. 1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둘째주까지 울산의 누적 전셋값 변동률은 11.09%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엔 -6.20%였다. 울산의 올해 입주물량은 1200여 가구로 작년(1만120가구)의 10분의 1 수준이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울산 남구는 이달 둘째주(12일 기준) 전주 대비 0.46%나 올랐다. 남구 신정동 ‘울산신정푸르지오’ 전용 59㎡는 올초 2억6000만원이던 전셋값이 이달 들어 3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신정동 K공인 관계자는 “두 달 사이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상승해 매물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총 1280가구에 이르는 대단지지만 전세 매물이 한 건에 불과하다.
울산 전셋값 석달새 2억 올라…부산서도 '전세 > 분양가' 단지 속출
부산에선 전세가격이 2~3년 전 분양가보다 높은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롯데캐슬스타’ 전용 84㎡의 전세 호가는 7억원 수준으로 분양가(5억9000만~6억9200만원)를 뛰어넘었다. 중동 L공인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 전세 매물은 거의 없고 대부분 월세로 바뀌었다”며 “30년 된 아파트 전셋값도 뛰고 있다”고 전했다.

전세시장이 잠잠했던 강원도도 전셋값이 급등세다. 강원 춘천시 퇴계동 ‘e편한세상춘천한숲시티’ 전용 75㎡는 지난달 20일 3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4월까지만 하더라도 2억원 수준이었지만 5개월여 만에 1억5000만원 뛰었다. 강원 속초시 교동 ‘시티프라디움’ 전용 84㎡ 전세는 지난달 2일 신고가인 보증금 3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전고가는 6월 계약이 성사된 2억6000만원이다.

수도권 전셋값도 여전히 강세

서울 등 수도권 전세시장도 여전히 강세다.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달 5일 9억원에 전세 계약되면서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올초 8억원이던 전셋값은 6월(8억3000만원)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1억원 가까이 올랐다.

경기·인천에서는 교통 등이 좋은 지역과 개발 기대가 있는 곳 위주로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 인근 수원역으로 2027년 개통 예정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이 지나가는 경기 수원 장안구 천천동 ‘천천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달 21일 전세 보증금 4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올초 평균 3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던 주택형이다.

경기 성남 수정구 단대동 ‘단대진로’ 전용 59㎡는 지난달 26일 3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체결됐다. 8월 기록한 전고가인 2억8000만원 대비 7000만원이나 뛰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더샵퍼스트월드’ 전용 111㎡는 지난달 2일 6억원에 전세 거래되며 신고가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전세 매물이 급감하는 것은 수도권과 지방이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15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7만4345건으로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직전인 7월 30일(18만2817건)보다 60%가량(10만8472건) 감소했다.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최근 3년여간 매매가격도 올라 세입자들이 어쩔 수 없이 월세를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월세 세액공제라도 확대해 이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했다.

배정철/정연일 기자 bjc@hankyung.com